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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2.0] <상>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다

입력
2014.02.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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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원짜리 도시락만 만들 땐 '사회적기업이 만든 저가도시락'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지난해 1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도시락을 개발하고 포장도 고급화 하면서부터 매출 신장은 물론, 마사회와 전국 예비군 훈련장 등 공공부문 시장까지 개척하게 됐습니다."

급식 전문 사회적기업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이하 행복도시락)'을 운영하는 최강종 대표는 '수익성'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제1 조건이라고 했다.

행복도시락은 결식이웃에 무료 도시락을 지급하고 저소득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비정부기구(NGO) 및 SK그룹 지원으로 2006년 설립된 사회적기업. 전국 29개 지역센터를 갖고 있다. SK그룹 내'행복나눔재단'이 센터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면 해당지역 NGO가 운영을 맡는 식이다. 여기에 정부는 매달 고용지원금을 제공한다. 전국의 행복도시락 센터들은 하루 평균 1만2,000여명의 결식이웃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또한 총 430여개의 일자리 가운데 75%가 취약계층으로 이뤄졌다.

행복도시락의 성공은 대기업이 단순히 설립단계에서 돈만 대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 자체를 도와줌으로써 가능했다. 설립 후 2년 동안 영양사를 포함한 전문인력고용 및 위생시설구축을 위해 약 2억원의 예산이 지원됐고, 위생 및 운영 관련 메뉴얼도 만들어줬다.

프리미엄도시락에 대한 아이디어도 SK쪽에서 줬다. 막상 인력과 시설은 갖춰졌지만, 그것만으론 사업유지를 장담할 수 없었는데, 이때 행복나눔재단에서 "아무리 공익적 도시락 상품이라 해도 어차피 소비자들이 사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저가 도시락 외에 고급도시락도 만들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란 제안을 했다. 이 아이디어는 결국 행복도시락의 수익기반으로 이어졌고, 판로개척 노하우 역시 재단에서 도와줬다.

SK그룹의 사회적기업 지원은 '프로보노(pro bono)'활동으로 집약된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란 라틴어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지시에 따라 2009년 'SK프로보노 경영자문봉사단(SK프로보노)'을 결성해 사회적기업에 마케팅, 법률, 디자인, IT 등 전 경영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계열사 임직원만도 400여명에 달한다.

전국 박물관과 계약을 맺고 초등학생들에게 맞춤형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놀이나무'도 프로보노의 결실이다. 2010년부터 SK프로보노와 인연을 시작한 이 곳은 이듬해 불황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박물관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체험활동 참가 시 도장을 찍어주는 '체험통장'을 도입했다. SK프로보노의 권유에 따라 처음으로 색다른 마케팅을 시도한 것이다. 서울 도봉동에 위치한 장애인 운영 커피숍 '세움카페'엔 국민대 디자인과 학생들을 소개해 카페 로고와 간판을 새롭게 바꿨고, 빌딩 청소ㆍ시설물관리 전문기업 '함께 일하는 세상'엔 청소업무 특성에 맞춘 IT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관련 개발작업이 한창이다.

한화그룹도 매년 사회적기업 20여곳에 대해 경영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카이스트와 손 잡고 3개월 과정의 비즈니스스쿨을 개설,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사회적기업 지원단체 '함께 일하는 재단'과 공동으로 국내외 사회적기업의 성공스토리를 공유하고 비전을 모색하는 상생컨퍼런스 '공감토크, 함께 더 멀리'를 개최하기도 했다. '함께 더 멀리'는 김승연 회장이 제시한 한화그룹 사회공헌활동의 모토이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스페인 몬드라곤대의 여수 마리아 자발라 이투랄레 총장이 연사로 나와 스페인 내 2,000여의 조합을 가진 사회적기업 '몬드라곤 협동조합그룹'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 사회공헌팀 관계자는 "초창기 사회적기업 지원이 설립을 위한 자금지원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수익을 내고 자생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주는 쪽으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영노하우와 정보가 사회적기업을 지속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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