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재임 시절 판결했던 사건을 퇴임 후 변호인으로 수임했다는 이유로 고소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었던 고현철 변호사의 부적절 수임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고검은 LG전자 왕따 사건의 피해자 정모(51)씨가 고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검토,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명령을 내리기로 최근 결론을 내렸다. 재기수사명령은 고소인이 지검의 무혐의 처리에 불복해 항고한 사건에 대해 고검이 재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될 때 지검에 다시 수사하도록 지시하는 절차다.
고 변호사는 대법관 시절 정씨가 낸 부당해고구제 행정소송에 대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요건이 안돼 심리 없이 기각하는 것)을 내렸고,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겨 정씨가 LG전자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에서 LG측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행정소송은 LG전자의 해고조치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것이었지만 사실상 두 소송의 성격이 같아 논란이 일었다. 두 소송을 같은 사안으로 본다면 '공무원 재직 시 직무상 취급한 사건에 대해 수임을 제한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31조 위반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은 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고 전 대법관이 행정소송 당시 주심이 아니었고, 대법원의 한 재판부가 한 해 8,000~1만여건 정도를 처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정씨 사건을 기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혐의 처분했고, 정씨는 즉각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이 사건을 검토해 온 서울고검은 "불기소 결정을 내린 근거가 부족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특히 지검이 무혐의 근거로 "수임이 제한되는 '공무원 재직 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은 당해 사건만 가리키며 내용이 동일한 다른 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1974년 대구고법 판례를 인용한 것에 대해 "40여년 전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을 다른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인용한 판례의 취지지만 지금은 '동일 사건'의 범위를 좀 더 넓게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2003년 대법원은 '변호사가 관여한 사건이 동일한지 여부는 민사사건과 형사사건 같이 그 절차가 같은 성질의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법에 엄연히 처벌 조항까지 있다면 좀 더 꼼꼼하게 조사를 더 해 보고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도 고 변호사에 대한 징계 여부를 고심 중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변호사 윤리 및 품위유지 규정 위반 등으로 고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변협에 청구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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