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긍정적 평가"동물 세포도 초기 단계 회귀 가능성9년 전에도 논란 컸지만 이내 잠잠줄기세포 상용화 앞당길 큰 진전"● 부정적 의견"스트레스 받아 다분화땐 종양 유발같은 방식 재현 실험서 상당수 실패논문 사진들도 너무 유사 의심 여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팀이 체세포를 약한 산성 용액에 담갔다 배양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인체의 여러 조직이 될 수 있는(STAP) 만능(다분화능)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 논문을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영국의 과학 전문잡지 네이처가 1월 31일자에 이 논문을 실었을 때 "놀랍다" "획기적이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국제학계에서는 지금 "줄기세포 상용화를 앞당길 큰 진전"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믿기 어렵고 의심스럽다"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과학자들은 대체로 "논문이 거짓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줄기세포 제조가 시도된 만큼 앞으로 관련 기술들의 경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논란은 연구자들이 RIKEN 연구팀과 같은 방식으로 재현 실험을 했으나 상당수가 실패하면서 본격화했다. 과학에서 재현성은 연구 결과의 신뢰도와 진실성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건이다. 미국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폴 크뇌플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19일까지 9개 실험이 만능줄기세포를 얻는데 실패하거나 RIKEN 연구팀 논문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으며, 논문과 부합하는 재현 실험은 하나뿐이었다고 자신의 블로그에서 주장했다.
물론 연구자들이 학술지 발표 논문만 보고 RIKEN 연구팀과 완벽하게 똑같이 재현 실험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논문이 언급하지 않는 부분에서 실험 방법이 미묘하게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RIKEN 연구팀이) 상세한 실험 방법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RIKEN 연구팀의 논문에는 사진이 여럿 나오는데 일부 사진이 너무 비슷해 이를 놓고도 의혹이 제기된다.
한 재미 한국인 줄기세포 연구자는 "RIKEN 연구팀이 생쥐의 어린 세포(생후 1주일 된 생쥐의 비장에서 꺼낸 혈액세포)를 연구에 사용했는데 이런 어린 세포는 작은 자극에도 변할 수 있다"며 "성숙한 동물이나 사람 세포가 같은 방식을 통해 만능줄기세포가 될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내의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STAP 방식을 통해 원숭이와 인간 세포를 만능 줄기세포로 되돌리는(역분화) 실험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인 외국 연구팀이 있다"며 "생쥐의 체세포를 유전자 조작만으로 역분화시키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가 2005년 일본에서 처음 나왔을 때도 이번과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논란은 이듬해 인간 체세포로도 iPS를 만들자 곧바로 잠잠해졌으며 지금은 더 쉽게 iPS를 만들 수 있도록 제작된 키트까지 나와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생물의 진화라는 넓은 시각에서 볼 때 RIKEN 연구팀의 결과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세포가 산성 환경 등 스트레스 요인을 만났을 때 발달 초기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 그것은 생명체에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가령 상처가 난 뒤 조직이 재생될 때 생기는 어린 세포들이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자칫 다분화능을 발휘하면 종양이 쉽게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방향으로 세포가 진화해왔을 리 없다는 게 RIKEN 연구팀의 결과에 부정적인 과학자들의 추측이다.
하지만 식물 세포 중 일부는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줄기세포와 유사한 발달 초기 단계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생물학자 사이에 이미 알려져 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스트레스를 받는 등 극한 상황에 놓인 세포가 자구책으로 역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식물세포가 가진 능력을 동물세포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은 RIKEN 연구팀의 결과에 고개를 끄덕인다.
만약 스트레스를 주는 간단한 기술만으로 다 자란 세포를 줄기세포로 바꿀 수 있다면 세계 줄기세포 연구 판도가 확 바뀔 것으로 보인다. RIKEN의 기술 말고도 다양한 줄기세포 제조법이 쏟아져 나와 줄기세포 치료 시장이 빠르게 구체화할 거란 예상이다.
현재로선 사람 난자를 사용해 만드는 체세포 복제(SCNT) 배아줄기세포와 iPS, STAP 세포 가운데 어떤 기술이 가장 먼저 상용화할지 전망하기 어렵다. 이동률 차의과학대 의생명과학과 교수는 "SCNT 세포는 임상시험이 이미 시작됐지만 만들기가 어렵고 태반 등 일부 장기로 분화하지 못하며, IPS와 STAP 세포는 제조가 상대적으로 쉽지만 미토콘드리아(세포 내 소기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 치료용으로 쓰지 못하는 등 줄기세포마다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