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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전쟁 중인 워싱턴

입력
2014.0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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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워싱턴의 정치는 한마디로 메시지 싸움이다. 어떤 사안이 생기면 정치인들이 자신의 메시지로 색칠하려 전쟁을 벌인다. 언론이나 여론으로선 먼저 전달되는 메시지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워싱턴 정치는 시끄럽다.

일주일 전인 이달 17일만큼 이런 워싱턴 모습을 보여준 날도 없을 듯하다. 5년 전인 2009년 이날 천문학적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시행됐다. 당시 금융위기가 닥쳐 매달 8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실업률은 수개월 뒤 10%로 치솟았다. 대공황을 앞둔 것 같이 캄캄한 때 정치권이 허둥대며 만든 게 7,87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이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 5주년인 17일은 한편으로 공화당이 메시지 전쟁에서 승리한 날로 기록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민주당은 5주년과 관련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사전에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경기부양이 실패했다는 메시지 준비를 철저히 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언론성명을 내고 "수백 만 명이 일자리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고 있다"고 했고,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로이터통신 기고에서 "경기부양은 탄식을 자아낼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유튜브에 올린 비디오 메시지에서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하는 사람들이 엄청나다"며 경기부양 실패를 질타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정부 1기 때 시행된 경기부양책은 사실 민주당, 백악관이 내세워온 성과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대공황의 위기에서 미국을 구해낸 조치라고 자찬했다. 공화당에 기습 당한 백악관은 이날 오후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이름으로 반박 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공화당의 메시지에 선점 당한 뒤였다. 언론은 더딘 경기부양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을 낳고 있다는 평가에 무게를 뒀다.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의 재정적자는 6조2,000억 달러나 된다.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3조2,000억 달러를 찍어냈다. 이렇게 천문학적인 돈이 풀렸지만 지금 미국 경제가 정확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 성공이란 민주당의 언어를 훔쳐 여론에 정반대 평가를 심은 것은 공화당의 정치적 승리였다. 워싱턴 정치에서 이런 메시지 전쟁은 공화당의 장기에 속한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과 오바마, 그렇지 못한 앨 고어와 존 케리의 차이는 메시지였다. 고어는 2000년, 케리는 2004년 후보였는데 모두 공화당 후보인 조지 W 부시에게 모두 패했다.

두 사람이 질 수 없는 선거 분위기에서 진 것은 부시 후보가 잘 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둘의 공통된 패인은 자기 메시지가 아닌 부시 후보의 문제점을 들췄다는 것이었다. 유권자들은 비전은 좀 떨어지지만 자기 이야기를 하는 부시 후보를 선택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처럼 경제와 변화를 메시지로 던져 8년 만에 민주당에 대선 승리를 안겼다. 친 민주당 성향의 NBC방송은 워싱턴의 메시지 싸움을 이렇게 정리했다. "분명히 역사가 당파적인 언론성명이나 기고문, 비디오에 의해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메시지 전쟁에서 당신 편이 아무 반응을 하지 않거나 혹은 상대방 반응에 어쩔 수 없이 반응한다면, 당신은 지는 것이다."

지금 미국 정치권은 11월 중간선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3월 초부턴 당 별로 예비선거(프라이머리)가 시작된다. 경기부양 5주년에 벌어진 메시지 전쟁도 선거시즌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해답을 찾지 않고 그럴듯한 말로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워싱턴의 정치는 다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치인들이 목청을 높인다고 표심을 얻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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