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처리돼야 할 주요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표류하면서 상당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 국회 본회의가 27일 한차례만 남겨둔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칫 빈손으로 회기를 마치는 최악의 성적표가 우려된다.
여야는 당초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과 관련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해 조세특례제한법과 단말기 유통법, 크루즈산업육성법, 장성택 처형 이후 이슈가 된 북한인권법 등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사안별로 여야 이견이 팽팽해 상임위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로 활동이 종료되는 정치개혁특위와 국정원개혁특위는 아예 공전하고 있다. 6ㆍ4 지방선거에 대한 '게임의 룰'도 정하지 못해 출마 예정자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고, 국정원 개혁안의 시한 내 도출은 이미 물 건너갔다. 특히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정기국회와 연말 임시국회에 이어 지금까지 '입법 처리 0% 상임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주요 법안의 핵심 쟁점에서 여야가 견해차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일부 굵직한 정치적 사안과 연계해 다른 법안 처리도 미루다 보니 국회가 올 스톱 상태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와중에도 여야 의원들의 해외 일정은 꼬박꼬박 진행되고 있다. 한중 의원 외교협의회 소속 의원 40여명은 최근 중국을 다녀왔고, 러시아 소치올림픽에도 다수 의원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호주 등지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로 인해 20일 국회 본회의장엔 재적 의원 298명 중 191명만 참석했다. 전체 3분의 1 이상의 의원들이 불참한 것이니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치권에 실망한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번 회기 동안 앞으로 여야가 상임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날은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민생법안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밤을 새워서라도 토론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정치와 정쟁을 구분하지 못하는 국회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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