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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잔다르크 "어게인! 오렌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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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잔다르크 "어게인! 오렌지 혁명"

입력
2014.02.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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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계획했던 모든 것을 끝내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마이단(중앙광장)을 떠날 권리가 없습니다."

2년 반의 수감생활 끝에 22일 의회 의결로 석방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의 첫 행선지는 반정부시위 본거지인 수도 키예프의 중앙광장이었다. 지병인 척추디스크 때문에 휠체어를 탄 그는 "여러분은 영웅이며 우크라이나 최고의 존재"라며 광장에 모인 5만명의 시위대를 추어올리는 한편 "우크라이나는 오늘 끔찍한 독재자와 관계를 끝냈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투쟁을 독려했다.

티모셴코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명운이 갈리는 현장이었다. 티모셴코는 2010년 대선에서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야누코비치에게 패한 뒤 총리 재직 중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수감됐다. 사실상 정치보복이었다. 서방의 거센 석방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적을 탄압했던 권력자는 이제 시위대에 쫓겨 망명을 타진하는 처지가 됐다. 야누코비치의 은신처는 공교롭게도 티모셴코가 옥살이를 하던 하리코프. 티모셴코는 교도소 문을 나서며 "5월 조기대선에 출마하겠다"며 권토중래를 선언했다.

두 사람의 갈등 관계는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대선에 여권 후보로 나선 야누코비치는 결선투표에서 야권 후보 빅토르 유셴코에게 승리했지만 곧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거대한 시위에 직면한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티모셴코는 출중한 외모와 빼어난 연설 솜씨로 시위를 이끌며 유시첸코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친러시아계가 장기집권해온 우크라이나에 유럽연합(EU) 가입을 도모하는 본격적인 친서방 정부가 들어선 역사적 사건이었다.

개헌으로 실권이 강화된 총리직을 맡은 티모셴코는 혁명동지이자 라이벌인 유셴코와 불안한 '동거'를 하며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친러시아계 야당을 이끌며 절치부심하던 야누코비치는 2006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두 정적의 협공으로 8개월 단명 총리에 그쳤다. 평행선을 달리던 티모셴코와 야누코비치 두 사람도 한때 대연정을 추진했다. 두 번째로 총리를 맡은 티모셴코가 유셴코와 파국적인 갈등을 겪던 2009년의 일로, 이 어색한 '밀월'은 한달 만에 여론 악화로 결렬됐다.

두 사람은 결국 2010년 대선에서 맞붙어 접전을 벌였고 야누코비치가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야누코비치는 오렌지혁명의 성과인 '2004년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친러시아ㆍ권위주의 통치로 회귀했다. 티모셴코는 총리 재직 시절 러시아와의 가스 수입계약 체결 과정에서 러시아에 유리하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2011년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오렌지혁명 시절 '오렌지공주'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로 불렸던 티모셴코는 다시금 정국의 중심에 섰다. 그의 대선 출마 선언에 민족주의 성향의 야당인 스보보다(자유당)가 일찌감치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호응도 크다. BBC방송은 그러나 티모셴코가 22일 중앙광장에 나타났을 때 상당수의 사람들이 "우리의 대표가 아니다"라며 자리를 떴다면서 유셴코 정부 시절 경제 악화, 부패 심화 등 실정의 장본인으로 그를 지목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야누코비치는 생애 두 번째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그가 러시아 망명을 기도했다는 설이 도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대통령 전세기가 (러시아와 접경지역인)도네츠크에서 이륙하려 했지만 서류 미비로 불허했다"고 밝혔다. 국경수비대는 대통령 측근들이 이륙을 허가해달라며 대원들을 금품으로 매수하려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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