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가 경기장에선 무뚝뚝하게 보여도, 경기장 밖을 나서면 나이 값을 제대로 하는 열일곱 살 소녀예요. 좋아하는 연예인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소치동계올림픽 한국팀의 유일한 2관왕인 여자 쇼트트랙의 박승희(22ㆍ화성시청)가 22일(이하 한국시간)오후 소치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심석희(17ㆍ세화여고)는 "우리 팀 분위기 메이커는 오히려 승희 언니"라며 '역공'을 가했다. 그러나 그는 "모델 겸 배우 김우빈은 보고 싶다"고 말해 웃음꽃을 피웠다.
기자회견에는 지난 18일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조해리(28ㆍ고양시청) 김아랑(19ㆍ전주제일고) 공상정(18ㆍ유봉여고)도 함께 했다. 조해리는 특히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금메달을 만져보고 '금빛 기운'을 얻었다"고 말했다.
박승희는 이날 오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1분30초76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승희는 "평소 석희가 잘 타, 1위를 할 줄 알았는데 '내게도 이런 선물이 오는구나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석희는 중국의 판커신(21)에 이어 동메달을 보탰다.
박승희는 이어"중국선수들의 반칙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며 "현 코치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하니 다음 대회부턴 달라지길 기대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실제 1,000m 결승선 마지막 바퀴에서 판커신의 손에 붙잡힐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박승희는 또 "4년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조)해리 언니와 함께 계주에 출전했는데 실격을 당해 충격이 컸다. 후배들에게 아픔을 전해주지 않기 위해 노하우를 전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치 올림픽 금메달은 해리 언니가 가장 간절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금,은,동메달을 나란히 1개씩 따낸 심석희는 "어제까지는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고 경기만 했는데 이제는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박승희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결승에서 '전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감독님이)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 하라고 말씀하셨을 뿐 작전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결과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당초 가장 유력한 1,000m 챔피언으로 평가 받았지만 동메달로 만족해야 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김우빈을 꼽은 그는 "만나면 정말 쳐다보지도 못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귀국하면 제일 먼저 감자탕을 꼭 먹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심석희는 또 쇼트트랙의 매력으로 변수가 많아 흥미가 넘치고, 스피드 감도 직접 느낄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대표팀 맏언니 조해리는 앞 주자를 치고 나가는 스릴감을 들었다. 김아랑도 "마지막까지 결과를 알 수 없어 재미있는 종목이다"고 말했다.
한편 귀화선수로 화제를 모은 공상정은 "가족사보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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