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의회가 22일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하고 5월 25일 조기 대선 실시를 선언했다. 일주일 사이 최소 82명이 숨진 우크라이나 사태가 중대국면을 맞았다.
앞서 야누코비치는 대통령 관저를 떠나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동부지역으로 피신했고 관저 등 정부 청사는 반정부 시위대가 장악했다. 의회는 이를 대통령의 권력 포기로 간주해 대선 일정 발표와 함께 야누코비치의 정적으로 투옥된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를 석방했다. 군과 경찰은 "국민 편에 서겠다"며 사실상 의회 지지를 선언한 상태다. 야권이 정국 주도권을 장악한 형세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직무유기와 인권침해 책임을 물어 야누코비치 탄핵안을 출석의원 328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앞서 티모셴코의 측근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조국당 부대표를 의회 의장 겸 총리대행으로 임명한 야권은 일사천리로 티모셴코 석방, 대통령-의회 권력분할에 기반한 2004년 헌법체제 복귀 등을 승인했다.
유일한 합법적 권력기구를 자임하는 의회는 전날 야누코비치가 참석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중재로 성사된 합의에 따라 거국내각을 구성할 방침이다. 이날 합의는 시위대가 수도 키예프 중앙광장과 정부기관에서 철수하고 10일 이내 거국내각을 구성한 뒤 연내 대선을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러시아 망명까지 시도했다 실패한 것으로 알려진 야누코비치는 이날 러시아 인접 하리코프시에서 의회의 권력 장악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전날 합의도 "자신은 서명하지 않았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티모셴코의 석방을 환영하며 조속한 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 관련국에 "야권이 합의를 이행하도록 압력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등 반러시아를 표방하는 야권의 권력장악을 경계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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