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일이 꼬이는 이유는 2% 흉운 때문”
입담이 좋은지, 사연이 많아서 그런지 30대 초반의 아가씨가 인사가 끝나자마자 마라톤 사연을 늘어놓는다. 점집은 원래 마음속의 온갖 번뇌를 털어놓고 배설하는 곳이라 나는 손님이 이야기를 멈출 때까지 듣는 편이다. 어떤 손님은 점괘에 상관없이 고민을 털어놓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 그만큼 털어놓으면 후련하고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다. 어떤 손님은 사연을 격정적으로 털어놓은 다음 한바탕 실컷 울고는 웃으며 돌아가기도 한다.
이쯤 되는 손님은 시쳇말로 점 보는데 ‘프로’다. 자주 드나든 만큼 점집을 ‘고민의 해우소’로 잘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들 대부분의 고민은 백화점이다. 고민이 다양하다는 것은 매사 일이 꼬인다는 것이고, 그래서 편안한 상대를 붙들고 하소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아가씨는 고민은 많은데 해결책은 아주 쉬워 보였다. 운세 자체가 나쁘지 않아 막판에 꼬이게 하는 것만 없애주면 효과를 볼 것 같았다.
“2%가 부족하네.”
“감은 오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매사 될 듯하다가 안 되잖아요.”
“맞습니다. 맞고요~.”
내 말에 공감이 갔는지 개그맨 말투로 대답하더니 또 사연을 늘어놓는다. 다른 점이 있다면 헤어진 남자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갈수록 수강생이 줄어가는 학원을 닫아야 하는지 등 문제의 해결 방법에 집중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가씨의 발목을 잡는 ‘2% 흉운(나쁜 운세)’만 제거하면 좋은 운세의 흐름이 끝까지 이어질 것 같아 살풀이와 재수굿을 권했더니 금방 ‘오케이’라며 대답한다.
일을 한 지 두 달밖에 안되었는데 여러 가지 조짐이 좋다. 헤어진 남자친구한테 연락이 와서 결혼을 전제로 다시 만나고 있고, 학원도 학생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일이 잘 풀리니 자신감까지 생겼다며 인사가 길어졌다. 인생의 희비는 이렇게 사소한 것이 좌우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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