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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 담긴 소치올림픽 ‘17일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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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노애락 담긴 소치올림픽 ‘17일의 드라마’

입력
2014.02.23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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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축제 올림픽에는 인간사와 같은 희노애락의 파노라마가 담겨있다. TV를 통해 17일간의 열전을 간접적으로 지켜 본 국민은 감동과 웃음, 때로는 격정과 눈물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교차했다.

희(喜), 빙속 여제의 환호와 통쾌한 설욕전

‘빙속 여제’ 이상화(25ㆍ서울시청)의 거침 없는 질주와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통쾌한 계주 설욕전까지.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금빛 레이스’다. 이상화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기록으로 우승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은 올림픽 2연패로 최고의 기쁨을 선사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3,000m 계주 결승에서 중국에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4년 전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레이스 도중 중국 선수와 충돌했다는 석연찮은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막내 심석희(17ㆍ세화여고)가 마지막 반 바퀴를 남겨놓고 추월하며 짜릿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노(怒), 편파 판정과 ‘나쁜 손’

지독한 홈 텃세와 중국 쇼트트랙 선수의 ‘나쁜 손’은 국민의 공분을 샀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24)가 클린 연기를 펼치고도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내주자 판정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국제빙상연맹(ISU)에 재심사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인터넷에서 벌어졌다. 심판 중에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 때 판정을 조작하려다 1년 정지를 받았던 심판과 전 러시아빙상연맹회장의 부인인 심판까지 있었다.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는 중국의 판커신이 결승선 바로 앞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승희(22ㆍ화성시청)를 잡아채려고 손을 뻗었다. 다행히 박승희는 큰 지장을 받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만약 넘어졌더라면 부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반칙이었다. 네티즌은 이를 두고 ‘나쁜 손’이라며 분노했다.

애(哀), 4년 노력 불운에 발목

프리스타일 스키 여자 모굴의 간판 서정화(24ㆍGKL)는 훈련 중 점프대에서 착지를 잘못해 10m 정도 눈밭을 굴렀다. 머리 쪽에 큰 충격을 받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1차 예선은 나서지 못하고 2차 예선에 출전했지만 14위로 20위까지 주어지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4년 전 밴쿠버 대회에서 한국의 유일한 모굴스키 대표로 출전해 결선에 올라가지 못한 한을 풀고자 절치부심 준비했지만 부상 후유증 탓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모태범(25ㆍ대한항공)도 불운에 울었다.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6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밴쿠버 대회 때보다 0.13초 빨리 들어왔지만 1~3위를 싹쓸이한 네덜란드의 광속 질주로 4위에 그쳤다.

락(樂), 승패보다 경기를 즐겼다

‘피겨 여왕’ 김연아와 6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 빙속의 살아있는 전설 이규혁(36ㆍ서울시청)은 승패보다 마지막 축제를 즐겼다. 이들은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정든 빙판을 떠났다. 김연아는 편파 판정 탓에 다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의연했다. 판정 점수를 떠나 실수하지 않고 후회 없이 만족스러운 연기를 한 것에 비중을 뒀다. 김연아는 “결과에 아무 미련은 없다”며 “엄마와 ‘후련한 자유를 즐기자’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규혁은 6차례의 올림픽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목에 걸지 못했지만 “아직도 내가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며 위안을 삼았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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