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수 두산 감독은 올 시즌 ‘키 플레이어’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고영민(30ㆍ두산)의 이름 석자를 꺼냈다. 고영민. 국가대표 2루수 출신으로 ‘2익수’라는 신조어를 만든 주인공이다. 지금은 오재원(두산), 서건창(넥센) 등 내ㆍ외야를 넘나드는 후배 2루수가 많지만, ‘원조’ 2익수는 고영민이다. 23일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일본 미야자키.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둔 고영민이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컨디션은 어떤가.
=특별한 부상은 없다. 그것에 만족한다. 몸 상태는 70~80% 정도다.
▲감독님께서 올 시즌 히든 카드로 언급하더라.
=올해는 내 자신에게 상당히 중요한 시즌이다. 감독님의 기대, 주위의 기대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 생각대로, 내가 마음먹은 대로 플레이 할 생각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캠프에서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지난해 2군에서 경기를 뛰면서 타격 밸런스가 정말 만족스러웠다. 처음이었다. 그런 폼이나 자세, 타이밍을 올해도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지금도 개인적으로 꽤 만족스러운 타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는 타석에서 생각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이런 타구가 나왔구나’ 같은 생각(이해)을 하고 운동을 하니 계획대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지난해의 감을 되새기면서 많은 연습을 했다.
▲예를 들어 본다면.
=몸이 나가면서 공을 치기 보다는 공을 불러 들여 쳤다. 내가 생각한 포인트에 공이 오면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때린다는 기분으로 타격을 했다. 방망이로 친다는 생각보다는 손으로 친다는 느낌. 그 감각을 유지하려 애 썼다.
▲리그 최고의 내야수였지만 침체기도 있었다. 그 때와 지금의 생각 차이가 있나.
=프로에 들어와 정말 하이클래스로 야구 해본 적이 없다. 정말 잘했다고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도전하겠다. 다시 시작하겠다. 이런 생각들이 마음속에 있다.
▲하이클래스 야구라면.
=타율 3할에 20홈런, 30도루, 60~70타점…너무 욕심이 큰가(하하).
▲원조 2익수. 이제는 2익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붙는다.
=왜 그런 수비 위치를 잡는지 다른 선수들을 몰랐지만 나는 알았다. 처음 2익수라는 얘기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다른 선수에게 붙지만, 기분 나쁜 건 없다.
▲아들(고태원ㆍ5)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하는데.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좋다. 힘이 난다. 큰 도움이 된다. 처음에는 강아지 같았지만 지금은 대화도 나누고 있다.
▲아들이 커가면서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던데.
=2군에 있을 때, 그것도 재활군에 속했을 때다. 아들에게 ‘어디 가고 싶어?’하니 ‘야구장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 그러나 나는 당시 2군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빨리 몸을 만들어 2군에 속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시기다. 하지만 뜻대로 올라가지 못했고,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조금 나태해졌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간들을 많이 보냈다. 무엇보다 올해는 매우 중요한 시기(FA)이기 때문에 2014시즌을 빨리 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지금 부상이 없이 스프링캠프를 소화하는 것도 그런 생각이 큰 힘이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준비했나
=몸 상태. 잔 부상이 있더라도 깨끗하게 실전에서 뛸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고자 했다. 아픔 없이 슬라이딩 할 수 있는 그런 몸 상태를 준비했다. 미야자키=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미야자키=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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