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대출금리가 6년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지난해 명목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빚만 지고 있거나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더 많은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평균 명목 대출금리(한국은행의 가중평균 금리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64%로 전년(5.40%)보다 낮아졌다. 그러나 명목 대출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대출금리는 3.20%에서 3.30%로 올라갔다. 2011년 1.80%를 저점으로 2012년, 2013년 연속 오름세다. 또한 2007년(4.10%)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질 대출금리는 대출 유형별로도 별 차이가 없다. 주택담보 대출은 2011년 0.92%에서 2012년 2.43%, 지난해 2.56%로 실질 금리가 올랐으며, 소액대출도 같은 기간 2.67%, 4.40%, 4.65% 등으로 상승했다.
지난해말 은행 대출이 있는 채무자의 잔액 기준 실질 대출금리도 3.42%로, 2012년말(3.11%)이나 2011년말(2.01%)보다 높다. 잔액기준 연말 실질 대출금리도 2007년말(4.66%) 이후 최고치다.
이 기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도별로 4.0%→2.2%→1.3%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금금리나 시장금리도 실질 기준으로는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정기예금의 실질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2011년 마이너스(-0.31%)에서 2011년 플러스(1.23%)로 전환하고 지난해에는 1.40%로 상승했다. 시장금리(국고채 3년물 기준)도 같은 기간 -0.30%에서 0.93%, 1.49%로 높아졌다.
저금리이지만 저물가 덕분에 예금액이 많은 자산가는 기대보다는 나쁘지 않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문제는 빚만 지고 있거나 금융자산보다 부채가 훨씬 더 많은 저소득층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물가로 나타나는 이례적인 상황이기는 하지만 빚이 많은 계층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으로 향후 시중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채무자들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벌써부터 나온다.
임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금리 수준 자체는 높지 않으므로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그러나 시중 금리가 오를 때에는 은행이 예금보다 대출 금리를 먼저 올릴 것인 만큼 부채가 많은 가계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운기자
한국스포츠 정용운기자 sadzoo@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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