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북측의 다양한 입장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특히 남측 취재진을 오랜 만에 접한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언론을 향한 불만과 체제문제, 이산상봉 등 갖가지 현안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한 북측 안내원은 21일 "이산상봉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우리의 '중대제안' 덕분인데 남쪽 언론이 계속 딴소리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전날 북측 주최 만찬에서도 북측의 한 관계자가 "우리가 중대제안을 하고 상봉 성사를 위해 정말 많이 신경 썼지만, 남측에선 자꾸 진정성을 보이라고 한다"고 불평했다. 심지어 어떤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처럼 언론을 통제 못하는 것 같다"며 "어느 정부든 다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측 인사들은 체제 관련 질문에는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 안내원은 최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평양 고아원 방문 당시 구두를 신은 채 실내에 들어간 사실을 지적한 남측 언론보도를 두고 "남측 언론은 비본질적 부분만 부각시켜 꼬투리를 잡는다. 최고존엄을 비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강산호텔의 한 여종업원은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에 대해 묻자 "곤란한 얘기는 하지 말라"며 입을 닫았다. '평양 여성들이 김 제1위원장의 부인 리설주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에는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북측 안내원들은 지난해 말 개장한 금강산 인근 마식령스키장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우리 취재진이 "스키장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다"고 하자, 한 안내원은 "모르는 소리다. 고속도로에서 100m 밖에 안 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면 남쪽 인민들이 금강산을 포함해 스키장까지 관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새벽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김연아 선수도 화제에 올랐다. 한 안내원은 "김연아가 금메달을 땄냐"고 되물은 뒤, 우리 측 설명을 듣고는 "은메달도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금강산공동취재단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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