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의 무사고 운동이 불과 이틀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범죄신고 112'에서 착안, 소속 경찰관들의 의무위반을 최소한 112일간 막아보자는 '112일 무사고 운동'을 17일 시작했는데 19일 피의자 폭행, 음주운전 등 경찰관 비위사건이 터졌다. 서울경찰청은 특별감찰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강남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긴급 체포된 피의자를 폭행한 박모 경사를 19일 서울경찰청에 직무 고발했다.
박 경사는 13일 강남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피의자 김모(24)씨의 정강이를 발로 두세 번 차고, 귀를 잡아당기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실은 김씨가 19일 민원을 제기해 알려졌으며 박 경사도 폭행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경찰청 조사에서 직권을 남용한 폭행이나 가혹행위(독직폭행)로 최종 확인되면 박 경사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4년 만에, 그것도 무사고 운동기간 중 경찰관의 피의자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10년 3월 양천경찰서에서는 피의자에 대한 일명 '날개꺾기' 등 가혹행위로 국민적 지탄을 받은 독직폭행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강력팀 형사 5명이 전원 파면됐고, 서장과 형사과장은 각각 정직 1개월과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박 경사 사건이 불거진 19일 오전 서울경찰청 직할대인 101경비단 소속 A 순경의 음주운전 사고가 터졌다. A 순경은 사고 전날 경기 광명시에서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내부순환도로를 주행하던 중 접촉사고를 내 마포경찰서에 입건됐다. 혈중알코올 농도는 100일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7%였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A 순경뿐 아니라 직속 지휘관들에 대한 징계도 검토하고 있다. 101경비단은 청와대 외곽을 경비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조직 특성 상 엄격한 규율과 정신무장이 강조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비단 소속 경찰관의 의무위반 행위는 청와대의 불신을 살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은 경찰관들의 잇따른 비위사건 소식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치안비서관 출신으로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 중 한 명인 강 청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누누이 112신고 시스템 개선을 강조했다. 경찰 조직에서는 서울경찰청 업무성과가 112에서 나올 것이라며 '강신명=112'라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사고가 연달아 터지자 서울경찰청 감찰부서가 20일 특별감찰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12 운동은 청장의 지시가 아니라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의무위반을 하지 말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경찰서에 대한 감찰도 정기인사 뒤 실시하는 일상적인 감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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