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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곰과 생쥐가 던지는 질문 '공존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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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곰과 생쥐가 던지는 질문 '공존이란 뭘까'

입력
2014.02.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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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그림이 좀 단순해 보인다. 선은 간략하고 색채는 연하다. 둥글둥글한 윤곽과 편안한 색채가 동화책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유형이다. 포스터를 장식하고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는 두 캐릭터도 의인화된 생쥐와 곰이다. 딱히 특별하진 않다.

프랑스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은 유치원생 정도나 환호할 애니메이션의 외관을 지녔다. 하지만 품고 있는 이야기는 만만치 않다. 아이들보다 청소년과 어른들이 화면 속에 심긴 풍성한 의미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에 마음을 더 열 듯하다. 영화관의 불이 켜진 뒤, 영화관 문을 나선 뒤, 집에 도착한 뒤 그리고 또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뒤 영화의 잔상이 떠오르고 이야기를 새삼 곱씹게 될 듯하다.

공존은 무엇인가, 사랑은 또 무엇일까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자문토록 하는 이 영화는 아이들에겐 꽤 많은 교훈을, 어른에겐 소중한 성찰의 기회를 전한다. 별스럽지 않은 듯 섬세하게 꾸며진 화면에서 장인들의 세공술도 느껴진다.

곰 어네스트와 생쥐 셀레스틴이 스크린 속 사연을 만들어간다. 굶주림에 종이까지 삼키는 어네스트는 가난뱅이 거리의 악사다. 셀레스틴은 주변의 반대로 자신의 꿈인 화가의 길을 걷지 못하는 치의학도다. 배고픔에 거리를 헤매던 어네스트는 아기 곰의 이빨을 구하기 위해 곰 세상에 나왔다가 쓰레기통에 갇힌 셀레스틴을 발견한다. 셀레스틴은 맛있는 한입거리가 될 위기를 피하기 위해 사탕가게 창고로 어네스트를 안내한다. 풍성한 먹거리를 얻은 어네스트는 셀레스틴을 친구로 받아들인다. 각자가 소속된 사회에서 외톨이인 두 사람은 함께 생활하며 소동을 키워간다. 곰들과 생쥐들이 두 사람의 공생과 그로부터 비롯된 '범죄'를 단죄하려 하면서 극적 긴장이 형성된다.

영화는 오해와 편견을 주로 이야기한다. 생쥐사회는 곰 이빨 덕분에 자신들만의 문명을 건설했으나 곰을 가장 무서운 포식자로 인식한다. 곰들은 전설 속에선 생쥐를 귀여운 캐릭터로 다루면서도 정작 생쥐를 보면 불결하고 위험한 존재로 취급한다. 어네스트와 셀레스틴도 다르지 않다. 둘은 친해진 뒤 한 지붕아래 있으면서도 교육과 문화를 통해 형성된 오랜 편견 때문에 악몽에 시달리기도 한다.

둘 사이를 이어주는 건 각자의 꿈이다. 어네스트는 연극과 음악이 좋아 배를 주리면서도 예술의 길을 걷고, 셀레스틴은 주변의 경시에도 그림에 혼을 쏟는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자신만의 길을 가기 힘겨웠던 두 사람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랑이라 해도 무방할 우정을 나눈다. 오해가 쌓은 편견의 벽도 자연스레 무너진다.

영화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전하면서도 은근슬쩍 이념적 논쟁거리를 끼워 넣는다. 너무나 배가 고파 무전취식한 어네스트는 과연 죄를 지은 것일까, 그의 기아를 외면한 사회가 잘못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대목에서다.

유럽의 유명 동화작가 가브리엘 뱅상의 동화 에 바탕을 뒀다. 다음달 3일(한국시간) 열릴 제86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최우수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라있다. 경쟁작은 '겨울왕국'과 '바람이 분다' '슈퍼 배드2' 등 4편이다. 감독은 뱅상 파타, 스테판 오비에, 벤자민 레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의 목소리를 각각 소화한 장광('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내시역을 한 그 배우 맞다)과 박지윤('겨울왕국'의 안나)의 호흡도 좋다. 전체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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