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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리고 쓴 '제주 4·3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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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눈높이에서 그리고 쓴 '제주 4·3사건

입력
2014.02.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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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비극, 특히 제주 4ㆍ3사건에 천착해 을 낸 소설가 현기영의 단편 '마지막 테우리'(2006년 창비 발행)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로 돌아왔다. 작가가 '마지막 테우리'를 개작해 쓴 동화와 화가 정용성의 따뜻하고 질박한 색감이 어우러지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오름과 넓은 초원에서 반세기 전 일어난 민족의 비극을 차분한 어조로 전한다.

평생 남을 대신해 제주의 오름에서 소를 돌봐온 테우리(목동을 뜻하는 제주 방언) 할아버지는 겨울이 왔는데도 암소와 송아지를 데려가지 않는 친구를 기다린다. 그러다 불현듯 그 친구와 겪었던 4ㆍ3 현장을 떠올리는 할아버지. 당시 군인을 피해 살아남으려다 어이없이 희생된 이들을 생각한다. 까무룩 빠졌던 잠에서 깨어난 할아버지는 친구의 소가 사라진 걸 발견하고 그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과거와 마주한다.

작가가 오래 전 늦가을 제주 한라산 밑 오름에서 만난 늙은 테우리의 눈빛에서 영감을 얻어 쓴, 다분히 무거운 분위기의 4ㆍ3 이야기는 동화로 옮겨오며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내려왔다. 4ㆍ3을 회상하는 장면에선 정용성 작가의 어둡고 과감한 붓 놀림이 눅진한 비극의 역사를 끄집어내지만 제주의 순박하고 평화로운 사계절을 묘사한 장면들은 동심은 물론 어른 독자의 마음도 푸근하게 한다. 어린 손자에게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과감하게 개작하고 손 본 현기영 작가는 말미의 해설로 본문에 미처 싣지 못한 4ㆍ3 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전말을 재차 설명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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