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서 3억원짜리 전세집에 살고 있는 이모씨는 올 초에 집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보증금을 2억5,000만원, 월세를 50만원 내기로 했다. 월세 부담이 만만치 않았지만, 전세를 유지할 경우 5억원까지 올리겠다는 집주인의 말에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후 새해부터 월세전환율 상한선이 10%로 낮춰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환율 공식에 대입해 보니 자신의 집은 12%에 달했다. 뒤늦게라도 월세 가격을 낮추기 위해 부동산 등에 물어보니 그는 이 제도를 적용 받을 수 없다는 돌아왔다. 전세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보증부월세(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는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대주가 전세에서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는 과정에서 임대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는 횡포를 막기 위해 시행 중인 '월세전환율 상한제'가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21일 법무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라 올 1월부터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월세전환율 상한이 14%에서 10%로 낮아졌다. 월세전환율이란 전세를 월세로 갈아탈 때 비용을 연이율로 계산한 것으로 1년치 월세를 합한 금액을 기존의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으로 나누면 된다.(본보 2월18일자 21면 참조)
월세전환율 상한제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터무니없이 월세를 올려 받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장치다. 문제는 이 제도 적용 기간이 2년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즉 계약 기간이 끝나거나 신규 계약을 할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전세 계약을 파기하면 세대주가 위약금과 이사비까지 지원을 해줘야 해서 계약기간 도중에 임대 방식을 바꾸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도 없다. 세입자가 세대주에 대해 행정조정 신청을 할 경우 이익분에 대해서 돌려받을 수 있을 수 있을 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세입자들의 부담을 실제로 경감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에서는 제도의 적용 기간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민주당은 적용기준 2년을 4년으로 연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고, 정의당과 시민단체는 초, 중고등학교의 학제를 감안해 최대 6년까지 늘려 세입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주거비는 내수 경기와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세입자들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이대호 인턴기자 (서강대 미국문화학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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