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보험금을 노리고 전직 동료인 채무자를 청부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경북 칠곡경찰서는 21일 채권자의 부탁을 받고 PC방 업주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배모(3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배씨가 자신에게 살인을 청부했다고 지목한 이 경찰서의 A(39)경사를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배씨는 지난 16일 오후 10시42분쯤 칠곡군 북삼읍의 한 PC방에서 업주 B(48)씨에게 수면제를 탄 콜라를 마시게 한 뒤 흉기로 가슴과 배 등을 찔러 숨지게 했다. 숨진 B씨는 이튿날 오전 반찬을 가져다 주기 위해 PC방에 들른 아들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B씨가 빚이 많았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근거로 탐문수사를 하던 중 B씨와 A경사, 배씨 사이의 복잡한 채권채무관계를 확인하고 살해 용의자 배씨를 붙잡아 조사한 끝에 청부살인 자백을 받아냈다.
조사 결과 배씨는 A경사로부터 "B씨에게 많은 돈이 물려 있는데, 그가 죽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니 죽여주면 채무도 탕감해 주고 추가로 2,000만~3,000만원을 더 주겠다"고 제의를 받고 범행을 저질렀다. 배씨는 A경사에게 지난해 4,000만원을 빌린 뒤 지금까지 3,000만원을 갚지 못해 심한 빚 독촉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A경사와 숨진 B씨는 2008년 같은 파출소에 근무한 동료로, A경사는 그 해 여름 주식투자 실패로 곤란을 겪고 있는 B씨에게 1,000만원을 빌려주는 등 지난해 9월까지 14차례에 걸쳐 2억2,000만원을 빌려주었으나 1억2,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경찰 퇴직 후 노래방 등을 운영하던 B씨는 빚을 갚기가 어렵자 A경사에게 "사채 3,000만원을 갚아주면 종신보험에 가입해 보험금을 받도록 해 주겠다"며 2차례에 걸쳐 수급금액 3억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B씨가 보험료를 냈으나 연체를 하게 되자 A경사가 대신 내 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경사가 채권 회수를 위해 살인을 청부한 것으로 보고 긴급 체포한 A경사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A경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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