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철학자'라 불리는 미국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는 교과서를 뒤적이며 인용문을 골라내 강단에 서는,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실생활과 동떨어진 사상가가 아니다. 그는 팔십 평생을 길과 부두, 부랑자 수용소를 오가며 부두 노동자로 살며 노동의 가치에 헌신한 삶을 살았다. 오직 길에서 얻어낸 경험과 이에서 비롯된 성찰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세운 호퍼는 정규 교육이 주는 편안한 공간을 사절한 채 방대한 독서와 사색만으로 20세기 미국 사상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다. 독일 나치주의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등 전체주의 운동에서 보여지는 인간의 본성 탐구에 일생을 바쳤다. 그의 저서들은 대부분 짧은 문구로 이뤄진 아포리즘(잠언)과 장편(掌篇)수필을 모은 것들이다.
호퍼가 첫 책 에 이어 1955년 두 번째로 쓴 , 그리고 1960년대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강의를 맡지 않는 조건으로 학생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나누며 집필한 등 그의 대표적인 아포리즘 책 두 권이 국내 처음으로 번역 출간됐다. 출판사(이다미디어)는 이 책들과 함께 2003년 출간된 호퍼의 자서전인 의 개정판도 내놨다.
두 권의 아포리즘 책은 "인간에 관한 어떤 생각과 사상이든 50자에서 200자 이내로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확신한" 호퍼의 명문장으로 가득하다. 몽테뉴의 과 파스칼의 에서 경험할 수 있는 짧은 문장의 향연은 호퍼의 책을 읽는 즐거움 중 가장 크다. 책들은 번역문과 영어 원문을 함께 편집해 실었다.
은 이 대중운동의 성격과 실상을 파헤친 반면, 대중운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본성과 역할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추적한다. 대중운동 속에서 나타나는 파나티시즘(광신, 열광)의 원천에 대한 사색과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 학생운동으로 뜨거웠던 캠퍼스에서 자기 인식이 결여된 대학 구성원들을 목격하던 시절 쓴 엔 인간의 기원과 본성에 대한 심오한 호퍼의 고찰이 실려 있다. 그는 얼음같이 차가운 위트와 경구를 이용해 인간의 악의와 잔인함을 탐구했던 에서와 달리 에선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 본질과 조화에 대한 깊은 고민을 조용하며 냉철하게 이야기한다. 각 권 216~320쪽ㆍ1만3,500~1만4,500원.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