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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에 총칼 겨눴던 친일부대, 그 베일을 들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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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에 총칼 겨눴던 친일부대, 그 베일을 들추다

입력
2014.02.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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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국 관동군 산하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에 대한 기록은 쉽게 접할 수 없다. 1938년부터 일제 패망 때까지 간도지역에서 활동하며 팔로군과 중국의 항일단체는 물론 우리 독립투사들을 '특별히' 섬멸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이 부대는 친일 역사 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공론화조차 된 적 없는 베일 속 조직이다.

간도특설대는 우리 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치부의 하나다. 일제 패망으로 팔로군과 소련군에 의해 해산돼 감옥 터만 남기고 사라진 간도특설대는 소수 일본인 장교를 제외하곤(연인원 2,100여명) 조선인 사병들에 의존해 운영됐다. 일제가 조선인을 앞세워 조선인 항일무장단체를 제압하겠다는, 이른바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으로 만들었으며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조선인 출신 장교가 해방 후 반공을 방패 삼아 한국 정부의 요직으로 스며들었고 이후 친일 청산의 소낙비를 피해 역사의 저울 위에 서지 않았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1년여 동안 항일 조선인의 전초기지와 같았던 중국 간도 지방,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 안투현 밍위에진 등을 오가며 간도특설대의 자취와 이야기들을 취재해 오랜 베일을 들춰냈다. 더불어 옌볜 조선족자치주 차원에서 특설부대 복무자들을 조사해 기록한 부대 조직, 구성원, 토벌 실태와 일본에 남아있는 토벌대 작전 명령서, 친일 신문기사 그리고 이 부대 출신인 신현준 장군, 백선엽 장군의 자서전 등을 토대로 특설대의 자취를 밟아나갔다.

책은 간도특설대의 설립 배경, 부대에 머물렀던 이들의 행적, 그리고 부대의 역사에 주목하면서도, 항일투사 가족 출신인 박남표 장군의 사연을 따라가며 1930년대 만주에서 왜 그토록 많은 조선인이 무리 지어 살았고 그들이 또 왜 일본에 대항했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1910년 전후 열강들의 수탈에 지친 조선 지식인에게, 제국주의적 이권을 버리고 민중의 해방 투쟁을 지지한 소련은 오아시스와 같은 나라였다. 그래서 조선 지식인들은 그나마 소련의 문물과 소식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간도로 모였고 이내 항일의 중심세력을 이뤘다. 중공 만주성위원회 '만주공작 보고'에 따르면 간도 지역(지린성 동남부) 왕칭현에서 1930년대 활동한 항일무장 세력은 대부분 조선인이었다.

간도특설대는 조선인 위주로 구성된 간도 지역 항일단체를 근절하기 위해 조선인 중심의 부대로 창설됐다. 간도특설대가 단순히 '공비'를 잡기 위한 부대였다고 한정하는 주장이 기록에 나오지만 당시 만주국의 모든 치안부대가 항일 세력 토벌을 최우선 과제로 한만큼 간도특설대의 존재 이유는 분명하다.

저자는 당시 간도특설대를 예찬한 국내 문인의 글과, 특설대 보위집단인 친일단체 간도협조회에 대한 기록도 담았다. 잡지 '삼천리' 1940년 12월호에 실린 문인 38명의 지원병훈련소 방문기는 낯이 뜨거울 정도다. 이광수는 "2,300만이 모조리 통과하여야 할 과정"이라고 지원병제를 찬양했고 모윤숙은 "당신들만이 복 많은 반도의 남아"라며 병사들을 치켜세웠다. 최남선이 고문을 지낸 관동군의 기관지 '만선일보'가 김동한 간도협조회 대표를 우상화한 내용도 실려있다.

반공이 모든 가치를 압도해버린 현대사를 보내면서 한국 사회는 공산주의자들이 주류를 이룬 중국 항일단체를 척결한 간도특설대와 관련해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책은 주장한다. 저자는 1980년대만 해도 간도특설대가 '민족의 자랑'이라는 친일파의 주장이 되풀이됐다면서 "항일운동의 반대쪽에 섰던 사람이 과거를 미화하는 짓이 용납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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