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들도 렌터카 시대다. 기업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개인 운전자들이 늘고 있는데, '번호판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일 kt금호렌터카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장기렌터카를 이용한 개인들은 1만4,104명. 전년도 이용객(7,611명)에 비해 무려 85.3% 증가한 수치다. 물론 절대 이용자 수로 보면 법인 장기렌터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성장률은 법인(21.2%)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장기 렌터카는 초기에 차량가격의 30% 정도를 보증금으로 낸 뒤 매달 대여료를 내고 타는 방식이다. 자기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취ㆍ등록세와 공채 매입비 등 초기비용이 들지 않고, 각종 세금과 보험료도 대여료 안에 포함되어 있어 운전자가 따로 낼 필요가 없다. 보통 3년 혹은 4년으로 계약하는데 계약종료 후엔 반납할 수도 있고, 일정 금액만 내면 번호판만 일반 승용 번호판을 바꿔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처음부터 일반 번호판을 이용하는 대신, 각종 세금과 보험료 등 유지비를 운전자가 직접 내야 하는 리스와는 큰 차이가 있다. 리스가 유리한지, 장기렌트가 유리한지는 빌리는 기간과 차량종류, 용도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수평적 비교는 어렵다는 게 업계 얘기다.
이 같은 장기렌트카를 이용하는 개인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에 대해 업계는 '번호판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렌터카는 원래 '허'로 시작하는 번호판만 부착할 수 있었는데, 이로 인해 번호판만 보면 누구라도 렌터카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허 번호판이야말로 렌터카의 주홍글씨'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부터 '허'외에 '하'와 '호'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렌터카 번호판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해소됐다. kt금호렌터카 관계자는 "작년 3월 제도 시행 이후 출고되는 차량 95% 이상이 '하'와 '호'로 나가고 있다"며 "기업이나 로펌 같은 법인이 빌리는 대형차 중엔 아직도 '허'로 나가는 차량이 있긴 하지만 개인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중ㆍ소형 차량의 경우 대부분 어감이 좋은 '하'와 '호'를 쓴다"고 말했다. 렌터카 시장 점유율 1위인 kt금호렌터카에서 현재 '허'번호판의 비율은 71.1%, '하'와 '호'는 각각 14.5, 14.4%다. 합치면 약 30%이다.
렌터카는 통상 3년을 주기로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올 연말에는 '하'와 '호'의 비중이 60%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내년 연말이면 '허'번호판은 거의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렌터카가 '성공의 상징'으로 시각이 바뀌었다는 분석도 있다. 렌터카를 쓰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대기업 임원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렌터카 이용자=성공한 직장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주택처럼 자동차도 '소유'보다는 '이용'의 의미가 커진 것도, 렌터카 저변을 넓혀준 요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상광 서울시자동차대여사업조합 기획팀장은 "지난해 말 기준 임대용 차량으로 등록된 국내 차량 대수는 37만대로 전년보다 15% 가량 증가했다"며 "카셰어링과 개인 장기렌트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렌터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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