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아침 우리측 상봉단을 태우고 금강산으로 올라간 19대 차량 행렬에는 3대의 구급차가 포함됐다. 구급차 2대에는 '죽더라도 금강산에 가겠다'는 김섬겸(91) 할아버지와 거동이 불편한 홍신자(83) 할머니가 각각 누워 탑승했고, 나머지 1대는 예비차량으로 따라갔다.
구급차 행렬이 보여주듯 이산가족 1세대의 초고령화는 이산상봉 확대와 정례화가 왜 시급한지를 말해주고 있다. 연간 상봉 규모를 당장 6,000명 수준으로 늘리지 않으면, 향후 20년간 매년 3,0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가슴에 한을 품은 채 생을 마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8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한적십자사에 상봉 의사를 전달한 12만9,264명 가운데 5만7,784명이 이미 사망했다. 2000년부터 이뤄진 18차례 상봉에서 가족을 만난 사람이 2만1,734명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사망자 가운데 최소 3만명은 다른 이산가족의 재회를 부럽고 아쉬운 눈으로 바라만 보다 숨진 셈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상봉 희망자의 초고령화 심화로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사례가 기하급수로 늘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2013년 현재 한국인의 기대수명(81세)에 비춰볼 때, 이산가족 대부분이 20년 내 거의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용화 선임연구원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짧아지는 기대여명과 지극히 낮은 상봉 비율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2032년에는 현재 희망자 가운데 58%는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상봉 희망자들이 단 한번이라도 소원을 이루게 하려면, 산술적으로 연간 상봉인원이 최소 6,600명까지 늘어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가 그 동안 주장해온 이산가족 면회소 상시 운영은 물론이고 고령자에 대한 '대규모 원샷 상봉'등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평균 기대수명으로 볼 때 남은 수명이 6년에 불과한 80대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전원 상봉을 전제로 긴급ㆍ특별상봉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연구원은 또 생사확인,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 비대면 상봉을 활성화하는 한편, '남북한 이산가족정보 통합시스템'도 구축해 남북 이산가족 전원에 대한 전면적 생사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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