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2월 21일] 스노마겟돈

입력
2014.02.20 12:06
0 0

미국의 재난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 계기는 1898년 뉴욕을 덮친 거대한 블리자드(Blizzard)였다. 그 해 3월 강력한 한파와 함께 쏟아진 눈은 뉴욕을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2주간 내린 폭설은 1m가 넘었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400여명이 희생됐다. 악몽이 끝나자 미국은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지하철을 건설했고, 모든 전신주와 고압선을 땅 밑으로 묻었다. 미국에 기상청이 세워진 것도 이때다.

■ 올 겨울 미국 전역이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신음하고 있다. 눈(snow)과 세계의 종말을 의미하는 아마겟돈(Armageddon)의 합성어인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이란 표현이 유행어가 됐다. 인명피해는 물론 주요 도로와 철도가 얼어붙으면서 수송 대란이 발생하고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일본도 폭설로 고전 중이다. 간토와 도호쿠 지방에는 사상 최고치인 114㎝의 눈이 쌓여 수천 명이 고립됐다. 토요타와 혼다 등 대표 자동차업체의 생산 공장도 멈춰 섰다.

■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한파와 폭설은 선진국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월가에선 '프로즈노믹스'나 '웨더노믹스' 등의 새로운 경제 분석이 등장했다. 프로즌(frozenㆍ얼다)이나 웨더(weatherㆍ날씨)가 이코노믹스(economicsㆍ경제학)와 합쳐진 단어다. 얼음(ice)과 종말(pocalypse)의 합성어인 '아이스포칼립스(icepocalypse)', 눈과 괴물 영화 를 엮어서 만든 '스노질라(snowzilla)'등 연일 신조어가 쏟아진다.

■ 우리나라도 폭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설상가설(雪上加雪)'로 불리던 동해안 폭설이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이어졌다. 지구촌 이상기후 원인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기상전문가들은 대체로 지구온난화를 든다. 북반구 한파와 폭설은 '극 요란(폴라 볼텍스)'현상으로 분석한다.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 흐름을 통제하는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굴곡이 심해지면서 남하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초래한 환경 파괴의 혹독한 대가를 인류가 치르고 있는 건지 모른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