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보 흑자 8조원 놓고 공단·복지부 '동상이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보 흑자 8조원 놓고 공단·복지부 '동상이몽'

입력
2014.02.20 12:45
0 0

8조원 이상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4대 중증질환 등 보장성 강화 공약 이행에 따른 재정 압박에 몰린 복지부는 건보공단의 적립금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건보공단은 재정흑자가 언제 적자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적립금을 더 쌓아야 한다고 막아나섰다.

현경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일 건보공단에서 열린 건강보험정책 토론회에서 "인구 고령화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증가로 인해 재정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당기흑자는 법정준비금으로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법 38조는 자연재해, 전염병 등 예상치 못한 경우를 대비해 한 해 보험급여의 50%(약 20조원)에 이를 때까지 보험금을 적립하도록 돼있다. 현재 적립금(8조2,203억원)은 보험급여의 19.79% 수준이어서 법정 한도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가 지급하지 않은 진료비를 부채로 계상하도록 회계기준을 변경함에 따라 누적흑자는 3조원에 불과하다고 공단은 지적한다. 병원으로부터 지급 요청을 받은 뒤 실제로 지급하기까지 약 한 달 시간이 걸리는 동안 지급할 진료비(5조2,673억원)가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실제 흑자는 3조635억원이라는 것이다. 결국 재정 여유분은 지난해 건강보험 지출액(41조5,000억원)의 1개월치 수준이다.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3대 비급여 축소 등 올 하반기부터 지출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재정안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복지부로서는 쌓인 적립금을 활용하지 않고 건보료 인상만으론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8조9,900억원)와 3대 비급여 개선(4조5,500억원)을 이행하기 위해 내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최소 2.7%에서 최고 3.6%까지 건보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5.99%인 건강보험료율이 2017년 최고 6.66%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다. 가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50%까지 쌓도록 돼있는 법정준비금의 적립비율을 낮추는 방안까지 내비쳤다. 대선 전인 2012년 10월까지만 해도 적립금 사용에 강력히 반대하던 태도를 바꾼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5년간 건보료 인상률이 평균 3.04%인데, 의료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건강보험 흑자를 전용할 수 있다면 5년간 건보료 평균인상률보다는 인상폭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건보공단 누적흑자 사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배성규 한영회계법인 이사는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자 등으로부터 건보료를 더 걷기는 어려워 공단의 가용 재원이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 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의료량 증가, 각종 수가 신설 및 수가 인상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 이를 건강보험 적립금으로 충당하기는 어렵다"며 "외국에 비해 건강보험료도 낮은 편인 만큼 일단 건보료를 올린 후 전용여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건강보험료율은 독일 15.5%, 프랑스 13.55%, 일본 7.6~9.48% 대만 5.17% 수준이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