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국무조정실 등의 부처 업무보고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발언이 일부 언론에 잘못 소개됐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관광산업이 아니라 신뢰"라고 정정한 일이 있다. 앞서 관광진흥대책회의에서 "관광산업의 신뢰가 깨지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는 일"이라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관광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보도된 것을 바로잡은 것이다.
이 일화만 봐도 박 대통령 리더십의 중요한 특징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듯 '신뢰'에 대한 집착이고, 관련이 없는 부처 업무보고에서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까지 직접 정정할 정도로 만사에 꼼꼼하다는 점이다. 특히 사물인터넷 등 첨단 인터넷 분야에서 신학기 교과서 값 걱정까지 박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나 각 부처 업무보고에서 쏟아내는 발언의 분량은 엄청나면서 구체적이다.
언론의 문제제기에도 즉각 대응한다. 20일 업무보고에서도 공기업 자산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된 것을 감안해 "매각 시 제 값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며 보완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염전노예 사건이나 안현수 선수를 언급한 것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사회 전반의 현안을 샅샅이 챙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대통령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혐의 사건의 증거조작 논란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 게 의아하다. 유씨의 북ㆍ중 출입경 기록 등 관련 문서 3건에 대해 중국 당국이 위조라고 회신한 지난 13일 이후 법무부, 국정원, 외교부가 문서 확보 경로를 놓고 진실게임을 하듯 책임을 떠넘기는 희한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더욱이 이는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는 사법ㆍ정보기관의 신뢰성 문제이고, 권력기관의 권한 오ㆍ남용과 관련된 중대사안이다. 그런데도 이런 혼란상을 정리해줘야 할 청와대는 "법무부에서 조사중인 사안"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검찰이 진상조사팀을 가동하긴 했으나, 검찰 스스로 의혹을 받고 있는 터라 제대로 진상규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만기친람형 리더십도 사안에 따라 달라지더라는 뒷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하는 대통령의 단호한 언급이 있어야 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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