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정부와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야권이 상호간 폭력 행사를 중단하기로 19일 합의했다. 그러나 합의사항 준수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와 야권을 지지하는 유럽연합(EU)의 입장이 반정부 시위 유혈사태 책임을 놓고 공개적으로 부딪히는 등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영국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권 지도자들과 만난 뒤 폭력사태 중단 및 협상 개최에 합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명 보호가 우선이다. 휴전이 선언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성명은 수도 키예프에서 800여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그러나 AP 통신은 "합의 발표 전 우크라이나 정부가 반정부 시위 진압에 군을 동원하기로 결정했다"며 합의사항 이행에 의심을 표시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반정부 시위에 대한 EU와 러시아의 극명한 입장 차이가 사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EU가 이날 반정부 시위의 유혈사태 책임을 물어 우크라이나 제재 가능성을 내비치자 러시아는 내정간섭이라며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외무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한 EU는 우선 독일과 프랑스, 폴란드 외무장관을 20일 키예프로 급파해 야권 지도자들과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9일 우크라이나 정부에 "선을 넘을 경우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EU에 힘을 실었다. 당초 EU와 협력 협정을 논의하던 우크라이나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던 러시아는 이를 막기 위한 당근으로 150억 달러 규모의 대가성 차관 제공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약속했다. 20억 달러는 이번 주 중으로 먼저 송금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를 서로의 영향력 아래 두려는 두 세력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한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번질 경우 해결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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