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이제야 공공기관 낙하산인사 방지책을 내놨다. 어제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서다. 낙하산인사야말로 공공기관 부실의 핵심 원인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골자는 공공기관장 등에 대해 업무경력 같은 자격기준을 마련해 결격자의 임명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뒤늦은데다, 구체적 추진계획조차 없어 공수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 계획은 우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산하에 '임원 자격기준 소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거기서 각 기관별 기관장과 감사, 상임ㆍ비상임이사 등 임원진이 갖춰야 할 업무경력과 전문성 등 자격요건을 논의키로 했다. 관련 업무경력 5년 이상 같은 식의 계량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외국의 사례 등을 참고할 계획이다. 새 기준이 마련되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부터 적용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책은 올 들어 신임 기관장 인사가 얼추 마무리된 지금에야 사후 약방문처럼 나왔다는 점에서 선뜻 신뢰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개혁론이 본격화 한 게 지난해 10월이고 범정부 차원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이 나온 게 지난해 12월이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는 낙하산인사 규제 방안은 애써 외면했다. 그 결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김성회 전 의원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30여 명에 가까운 기관장, 감사, 사외이사가 정치권에서 임명돼 크고 작은 낙하산 논란을 빚었다.
현장 업무경력만 따져 외부 인사의 기용을 무조건 낙하산인사라고 배격하는 건 옳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조직관리나 국회 상임위 경력 등을 향후 관련 업무경력에 포함시키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은근슬쩍 낙하산인사를 방조해놓고 면피하듯 내놓은 선언적 대책만으론 공공기관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특히 최근 낙하산 논란 끝에 새로 임명된 기관장들을 그냥 두고는 개혁에 대한 노조의 저항을 돌파할 수도 없다. 새로운 자격기준 마련에 앞서, 정부가 솎아내든 스스로 용퇴하든, 기존 낙하산인사부터 정리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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