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항이 기존의 하역장비로는 날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컨테이너 운반선을 감당하지 못해 대형 선박들이 입항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광양항이 대형 선박 유치와 동북아 거점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박 대형화에 맞춘 하역장비 교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광양시에 따르면 광양항을 이용하는 컨테이너 운반선의 대형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항만의 경쟁력으로 평가 받고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도 첨단화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은 부두 전체 화물 처리능력의 한계를 결정짓는 핵심 하역장비다.
1998년 개장한 광양항은 컨테이너 크레인 21기가 설치돼 있으며 이중 18열 4기, 22열 16기, 24열 1기가 운영 중이다. 그러나 광양항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22열 컨테이너 크레인으로는 1만TEU급 선박의 경우 갑판 위 6단까지는 작업이 가능하나 7~8단 작업은 곤란해 대형 선박 수용이 어려운 형편이다.
향후 2만2,000TEU급의 초대형 선박 출현도 예측돼 선박 크기에 대비한 대형 하역장비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는 24열 대형 크레인이 31기나 설치돼 있고 중국 등 동북아 항만들도 대형 하역장비를 도입했거나 교체 중이다.
방기태 광양시 항만정책담당은 "크레인 설치는 고비용뿐 아니라 발주에서 완공까지 3-4년의 기간이 소요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며 "광양항이 선박 대형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하역장비가 적기에 교체되지 않는다면 동북아 거점항에서 도태되고 환적 기능에 그쳐 지역 항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크레인 1기당 100-120억원의 설치비용이 들어간 데다 수천억 원대의 부채를 안고 있는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재정형편상 사업비를 부담할 여력이 없어 시설 확충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광양항의 대형 하역장비 설치 사업에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양·여수·순천 3개시와 상공회의소,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청와대, 국무총리실,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에 컨테이너 크레인 교체작업을 정부 사업에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이들 기관·단체는 "선박의 원활한 기항과 신속한 하역은 항만의 경쟁력뿐 아니라 선사들의 항만 선택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항만공사의 재정과 선사들의 수익 구조를 볼 때 자체적인 하역장비 교체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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