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용현)는 20일 교회에 수백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조용기(78)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49) 전 국민일보 회장에겐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조 목사 부자는 영산기독문화원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출연금 200억여원이 손실되자 이를 메우기 위해 순복음교회로 하여금 조 전 회장이 가진 I회사의 주식을 적정 가격보다 비싸게 사들이도록 지시해 교회에 130억여원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며 “조 전 회장은 복잡한 청산 과정을 계획하고 이를 주도적으로 시행했으며 최종적인 이득도 누렸다는 점에서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영산기독문화원은 1997년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영상 선교를 위해 200억 원을 들여 세운 비영리단체다.
이날 재판에는 조 전 회장과 친자확인 소송 중인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차 전 대변인은 ‘당시 교회 관련업무에서 완전히 배척돼 배임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조 전 회장의 주장을 반박하는 취지의 진술을 했으며, 재판부는 이 진술 등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인용했다.
조 목사 부자는 2002년 12월 조 전 회장 소유의 I사 주식 25만주를 적정가보다 비싸게 사들여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 목사는 2004년 서울지방국세청이 주식 매입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자 일반적인 대출인 것처럼 꾸며 35억원대의 증여세를 감면 받은 혐의(조세포탈)도 받았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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