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피겨스케이팅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은 ‘김연아 키즈’로 불린다. 주니어 시절부터 나란히 국제 대회에서 입상하며 한국 피겨의 미래를 밝힐 기대주로 두각을 나타냈다.
김해진은 어린 나이에도 음악적 표현력이 뛰어나다. 박소연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환한 미소로 심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들은 김연아가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획득한 올림픽 출전권 3장 덕분에 우상과 함께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큰 경기 중압감 속에 눈에 띄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성장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지금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2018년 평창 올림픽 메달권 진입도 기대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김연아가 라이벌 없이 혼자 성장한 반면 이들은 건강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일본,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에서 꾸준히 좋은 선수가 배출되는 원동력 중 하나인 자국 내 라이벌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김해진, 박소연은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각각 54.37점, 46.19점을 받았다. 둘 모두 상위 24명까지 출전하는 프리스케이팅 진출권을 손에 넣어 21일 한 차례 더 의미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한국 피겨 사상 3명이 은반 위를 누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첫 점프에서 실수를 했다. 김해진은 첫 요소인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불안하게 착지해 수행점수(GOE)가 1.80점 깎였다. 박소연 역시 트리플 살코-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1회전 밖에 돌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GOE 0.30점 감점. 하지만 둘 모두 초반 실수를 딛고 곧바로 안정을 찾으면서 연기 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했다. 실전만큼 중요한 훈련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해진은 “외국 선수들과 훈련을 하면서 봤는데 대표 선수들이라 그런지 다들 잘한다”며 “다른 선수들보다 스피드가 느리다는 것을 느꼈고, 워밍업 요령을 익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큰 무대에서 뛴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분위기를 익혔으니 앞으로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소연은 “실력이 없는 선수라도 자신감이 넘치고 즐기는 모습을 배웠다”며 “첫 올림픽이라 많이 긴장했는데 다음에는 이 점을 생각하면서 떨려도 자신감 있게 점프를 뛰고 싶다. 이제는 큰 대회에 나가도 이만큼 떨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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