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재배치를 앞세워 초등돌봄교실 강사들에게 해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돌봄교실을 확대한다면서 한편으론 무기계약직 강사를 감축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류를 요청 받은 근로자가 3회 거부 시 경영상의 이유로 무기계약 해지도 고려한다"는 내용의 '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인력 운용 계획' 공문을 지난 12일 관내 학교에 보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저녁 돌봄교실까지 하루 8시간 일하는 무기계약 전담강사를 학교당 한 명만 두고 남는 인력은 같은 지역교육청의 다른 학교로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것이다.
재배치 대상은 무기계약자와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 650명 중 저녁돌봄 교실을 운영하는 506개교 강사를 제외한 144명이다. 그 중 52명은 저녁 돌봄교실이 새로 생긴 학교에, 나머지 92명은 저녁돌봄 수요가 많은 곳에 배정된다. 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이사라 장학관은 "돌봄 수요가 적은 학교에 전담강사 2,3명을 두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말했다. 같은 과 배희숙 장학사도 "해고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공문에서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지속적 재배치로 (무기계약직 돌봄강사의) 자연감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배치만이 목적이 아니라 돌봄강사를 감축하겠다는 의도를 명시한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여성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핵심 공약으로 3월부터 시행될 초등돌봄교실 확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2015년까지 비정규직 6만5,71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은 숫자가 학교 등 교육기관 종사자(3만4,529명)였다. 그런데도 시교육청은 무기계약직 돌봄강사 수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계약해지 사례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재배치는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 한 초교 돌봄교실에서 일하던 10년차 강사 김지연(가명ㆍ39)씨는 북부교육지원청이 "근속연수를 고려해 희망학교에 배정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김씨보다 경력이 낮은 강사에 밀려 3순위 희망학교에 배정됐다. 해당 교육청 관계자는 "3순위 학교를 희망한 강사가 없어 김씨를 배정했다"고 해명했지만 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인 김씨는 "1순위 학교에 배정된 강사는 문용린 교육감의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사단법인 초등학교보육교사연합회 회장이고, 2순위 배치 강사는 초교 교장의 딸"이라며 배경을 의심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교 돌봄교실 강사는 "재배치된 학교가 싫으면 나가라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노무법인 조율의 정승훈 노무사는 "근로 장소가 바뀌면 반드시 그 전에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전보 조치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고하는 것은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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