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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조건] <3>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좌우 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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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의 조건] <3>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좌우 통섭'

입력
2014.02.1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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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TNS소프레스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2월 신뢰도는 19%였다. 지난달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5월 취임 이후 대통령 신뢰도가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여배우 줄리 가예의 사랑을 받는지는 모르겠으나 올랑드는 제5공화국 역사상 가장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다. 올랑드는 2년 전 대선에서 프랑스 최고의 뉴스메이커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사회당의 지도자다. 제5공화국에서 사회주의자로 프랑수아 미테랑(1981~1995 재임)에 이어 두 번째라는 기록을 세웠다. 대선 출마 연설은 왕년의 미테랑을 연상시키는 웅변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당 경선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쳤고 대선 2차 투표에 앞서 벌어진 일대일 토론에서는 사르코지를 압도했다.

올랑드의 취임 직후 지지율은 55% 수준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1년이 지난 뒤 27%로 반타작이 나 있었다. 취임 2년을 앞둔 지금은 20%선 유지도 힘겹다.

취임 후 1, 2년 사이 인기가 떨어지는 것은 올랑드에게만 유별난 현상은 아니다. 미테랑도 취임 직후 지지도가 74%였지만 1년 만에 55%로 하락했고 그 뒤로도 등락을 반복했다. 우익 대통령 자크 시라크(1995~2007 재임)도 취임 때 64%이던 지지도가 1년 뒤 44%로 추락했다. 사르코지도 취임 직후 63%이던 인기가 1년이 지나고 나니 32%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랑드처럼 20%도 지키지 못한 대통령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유가 뭘까. 진보 성향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는 우선 올랑드의 지지층이 극좌에서 중도우파까지 아주 다양하고 이질적이라는 점을 꼽는다. 정치상황이나 정책에 따라 역대 어떤 프랑스 지도자보다 지지도가 민감하게 변할 구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랑드에게 표를 던진 중도우파 유권자들은 두 달 후 중도우파인 민주운동(모뎀) 대표 프랑수아 바이루의 지역구 보궐선거에 사회당이 후보를 내자 모두 올랑드 반대로 돌아서버렸다. 좌파 정당들도 그때그때 쟁점이 되는 정책에 따라 올랑드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학교문제, 낙태, 동성결혼 정책 등은 그를 지지했던 가톨릭 신자와 중도보수 세력을 적으로 돌려놨다.

올랑드의 지지율 추락은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실업과 취업 문제에 가시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다. 물론 책임은 올랑드가 아니라 그에 앞서 20년 집권한 보수정권이 져야 마땅하다. 실제로 어떤 신문은 사설을 통해 올랑드에게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보수당에 책임을 물으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랑드는 그러지 않았다. 정치적인 술수로 비판을 피해가는데 급급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도 정치인이다. 2017년 대선 재출마도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약

속한 "보통 대통령" 공약은 이제 버렸다. 이기는 방법을 찾기로 한 것이다.

올랑드의 정치적 기반인 프랑스 좌파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주필이 지적한 대로 싸워서 정치적 이념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아예 사회주의를 배반하느냐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싸워서 이기기에는 7.6%에 불과한 노조가입률 등 좌파의 역량 자체가 너무 약한 것이 현실이다. 보수 우익의 사정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너무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주장할 경우 결국 좌파의 집권만 도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결국 올랑드가 '딜레마'를 탈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좌우 "통섭"의 길을 찾는 것이다.

이 점에서 모델이 되는 것은 지난 30년간 이런 실험을 해온 이웃 독일이다. 프랑스는 적어도 정치에서는 좌우가 극단으로 대립하는 나라다. 당장 독일처럼 좌우 연정 실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정치환경을 조성하고 그 같은 정책을 구사한다면 지금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올랑드의 리더십이 재평가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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