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운용 규모가 6,000억 달러(638조원)에 이르는 중국투자공사(CIC)의 자금 흐름이 에너지와 원자재에서 미국과 유럽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국가가 투자 목적으로 직접 외환자금을 운용하는 국부펀드 가운데 운용 규모로 세계 5위이자 중국 최대인 CIC 자금이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성장에 초점을 둔 에너지와 원자재 투자에서 미국과 유럽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국 성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는 반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경제 전망과도 일치한다.
이 신문에 따르면 CIC는 그간 보유해온 미국 전력회사인 AES 등의 지분 15억 달러(1조6,000억원) 이상을 지난해 말 처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지던 2009~2012년 에너지와 원자재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CIC는 올해부터 미국과 유럽의 회생 가능성을 주목하면서 현지 부동산과 사모펀드 등 기타 금융자산 쪽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신문은 "미국과 홍콩 증권 당국에 제출된 CIC 공시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신흥국 시장의 원자재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중국의 판단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CIC의 투자 패턴이 변한 가장 큰 이유로 신흥국의 경제성장 속도 둔화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감축)을 들 수 있다.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투자의 매력이 감소한데다, 미국의 테이퍼링으로 인해 신흥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선진국에 고스란히 투자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CIC가 북미 본부를 토론토에서 뉴욕으로 옮기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토론토를 발판으로 에너지와 원자재에 중점을 둬온 투자를 뉴욕을 거점으로 부동산과 사모펀드 등으로 옮기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