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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아내 홀로 남기고… 입학원서 사진이 영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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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 아내 홀로 남기고… 입학원서 사진이 영정으로…

입력
2014.02.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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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사흘째인 19일 오후 부산 수영구 좋은 강안병원 장례식장. 사고로 숨진 이벤트업체 직원 고 최정운(43)씨 빈소를 지키던 부인 레티게이우안(26ㆍ베트남인)씨는 "17일 낮에 전화했을 때 경주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녁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흐느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최씨는 대구지역 극단 '동성로' 대표를 맡고 있는 연극 배우다. 그가 이벤트업체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한 건 연극 활동으로 생활을 꾸려 나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부인은 보름 전쯤 가족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다가 현지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왔다. 이들 부부는 남편 최씨가 베트남에 출장을 갔다가 현지에서 만나 사랑을 싹 틔운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10월 결혼식을 올렸고, 아직 자녀는 없다. 레티게이우안씨는 "남편은 연극을 진정으로 사랑한 순수한 남자였다"며 "우리 부부는 비록 가난했지만 사랑했고 그래서 행복했다"고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번 사고로 목숨을 잃은 10명의 희생자 가운데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파묻혀 가장 늦게 숨진 사실이 확인된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신입생 윤채리(19ㆍ여) 씨의 사연도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윤씨의 유족들은 "8년 전 재혼한 아버지와 베트남 출신 새어머니의 소통을 돕기 위해 베트남어과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숨진 학생 9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외대 만오기념관에는 전날부터 1,000명이 넘는 조문객이 다녀갔다. 조문객은 분향소 입구에 마련된 방명록에 꽃다운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학생들을 애도하는 글을 남겼다. 일부 조문객은 대학입학 지원서에 썼던 어린 학생들의 사진이 영정으로 바뀐 기막힌 현실 앞에 눈물을 쏟았다.

경주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40대 주부는 "유족들처럼 딸을 가진 부모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생면부지의 아이들이지만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싶어 분향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울산=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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