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재심에서 자살방조 혐의 무죄 선고를 받은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50)씨에 대해 19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검찰이 상고를 포기할 경우 강씨의 무죄가 확정될 수 있었지만, 상고 결정을 함에 따라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조희진 서울고검 차장검사는 이날 “과거 대법원 판결에서 유죄 증거로 채택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필적감정 결과를 재심 재판부가 배척하면서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어서 공소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차장은 “1991년 사망한 고 김기설씨의 유족들이 고인의 필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수사가 시작됐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사와 재판이 진행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나왔던 사건”이라며 상고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정권퇴진을 외치며 분신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주는 등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91년 7월 강씨를 기소했다. 강씨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9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지만,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재심 권고로 다시 재판을 받은 끝에 지난 13일 사건 발생 23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91년 국과수 필적감정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며 강씨에게 씌워진 유서대필 누명을 벗겨줬다. 강씨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는 선고 직후 당시 사건 책임자들의 형사처벌 등을 주장하며 일명 ‘강기훈 법’ 제정 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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