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
토털사커의 창시자, 네덜란드의 축구 명장 고(故) 리누스 미헬스 감독이 남긴 명언이다. 하늘에서 지금 막 펑펑 쏟아지는 눈도 쉬 사그라지게 마련인데 하물며, 어제 내린 눈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 지나간 우승에 대한 추억도 이와 같다는 의미다.
‘피겨 퀸’ 김연아(24)가 18일(이하 한국시간) 오후 실전을 하루 앞두고 가진 마지막 공식연습을 마치고 난 뒤, 훈련장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수십명의 내외신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공세를 받았다. 김연아는 이 자리에서 “4년 전의 김연아는 잊는지 오래다.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 시카고 트리뷴의 베테랑 피겨 전문기자 필립 허쉬의 질문에 대해서다. 허쉬 기자는 김연아에게 “밴쿠버 올림픽때와 비교해보니 지금이 훨씬 더 즐거워 보인다.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연아는 ‘4년전 우승은 어제 내린 눈과 같다’라는 의미로 재치 있게 대답한 것이다.
김연아는 20일 오전 0시 피겨 쇼트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1984~88년 동계올림픽을 2연패한 카타리나 비트(독일)이후 26년만의 대기록 사냥이다.
가능성은 높다. 기술과 연기력이 여전히 최고조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밴쿠버 때보다 파워는 약간 떨어질지 모르나 연기를 해석해내는 표현력은 한층 농익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신감도 충만해 있다. 김연아는 “빨리 경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며 “준비도 완벽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집중하면서 그 동안 치른 다른 대회와 똑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피겨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 출전선수 30명 가운데 17번째 빙판에 오른다. 최근 국제대회 출전횟수가 적어 세계랭킹(29위)이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랭킹이 낮아 앞 순서에 배정받아 (오히려) 그 덕분에 마음 편하게 경기에 나설 수 있어 유리한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벌로 꼽히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ㆍ러시아)가 25번째, 아사다 마오(24ㆍ일본)는 맨 마지막 30번째에 연기를 펼친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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