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백상(사진) 주 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 총영사는 18일 "유우성씨 출입국 기록은 지린(吉林)성 정부와 협조가 안돼 지방 정부와 직접 접촉해 적법하게 입수한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이를 문제 삼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의 말은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인 유씨의 북한 출입국기록이 위조됐다는 최근 주한 중국대사관의 확인 공문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조 총영사는 이날 공관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6월 검찰과 외교부를 거쳐 유씨의 출입국기록을 확보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지린성 사법 부문과 접촉했으나 수사 협조 사례가 없다며 거부 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10월에 다시 지시를 받고 성 정부 대신 그 아래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허룽(和龍)시 공안국으로 직접 연락해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씨의 출입국기록 위조 의혹이 불거진 후 이 기록의 한국측 출처인 선양 총영사관 책임자가 직접 사건 경위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 총영사의 설명은 검찰이 제출한 유씨 출입국기록이 가짜라는 주한 중국대사관의 회신을 사실상 정면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는 최근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서울고등법원이 보낸 사실 조회 요청에 대한 회신에서 검찰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출입국기록 조회 결과 등 3건의 문서는 모두 위조된 것"이며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이 같은 회신이 나온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대사관이나 중국 정부의 입장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회신과 관련해 선양 총영사관 안팎에서는 한국 정부가 중국의 중앙 정부나 성 정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방 정부를 통해 공문서를 확보한 데 경고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 총영사는 직접 지방 조직과 접촉한 것이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통상 출입국기록에 출ㆍ입국이 번갈아 표시되는데도 위조 논란이 일고 있는 유씨의 출입국기록은 입국이 반복되는 점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총영사는 "주 선양 한국영사관을 통해 나간 서류들은 모두 내가 결재한 것"이라면서도 허룽시 공안국과 접촉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외교소식통은 "선양은 중국에서도 각국 정보기관 요원들이 가장 많이 상주하며 정보전을 펼치는 곳이어서 온갖 일이 다 일어난다"며 "이번 사건도 국정원 인력이 주도했고 총영사관은 통로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영사관 주변에서는 "최근 임기가 만료돼 한국으로 돌아간 국정원 출신의 이모 부총영사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일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선양=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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