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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에 이상기후 대비 못한 총체적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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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에 이상기후 대비 못한 총체적 비극

입력
2014.02.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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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는 설계서와는 달리 지붕에 H빔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제설 작업도 없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제공한 리조트의 안전불감증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2000년대 이후 잦아진 이상기후에 대비하지 못한 건축정책도 참사를 낳은 요인이다.

사고가 나기 1주일 전인 지난 10일 울산 북구 농소동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실습 중이던 고교생 김모(19)군이 무너진 지붕에 깔려 숨졌다. 11일에도 인근 공장의 지붕이 붕괴돼 근로자 1명이 목숨을 잃고 2명이 다치는 등 최근 폭설로 울산에서만 7개 공장의 지붕이 무너졌다.

모두 지붕에 쌓인 눈이 원인이었고 울산 공장들은 리조트에서 차로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경주 지역에도 평균 50㎝ 이상 눈이 쌓여 붕괴 사고 우려가 높았지만 리조트측은 지붕에 쌓인 70㎝의 눈도 치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 없이 560여명이 참여한 행사를 열도록 체육관을 내줬다.

인근 공장들이 지붕 붕괴를 막기 위해 밤새 눈을 치운 것과 달리 임직원이 180여명이나 되는 리조트측은 여러 날 쌓인 지붕 위 눈에 손도 대지 않았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자체 검사도 형식에 그쳤다. 리조트 관계자는 “체육관은 노후 건물이 아니라 관리가 부족하지 않았다”며 “사고 당일보다 눈이 많이 온 지난 주말에도 아무 일이 없었고 남는 인력도 없어 지붕 제설을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사고가 난 체육관(높이 10m에 연면적 1,205㎡) 지붕에는 설계도와는 달리 H빔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70㎝의 눈이 지붕을 누르고 있었다. 마른 눈인 ‘건설’이 이 정도 쌓였으면 전체 눈 무게는 126.5톤으로 추정되지만 최근 동해안에 퍼부은 눈처럼 물기를 머금은 ‘습설’은 3배 정도 더 나가 최대 379.5톤에 이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성무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 정도 적설량을 견디려면 지붕에 굵은 H빔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9년 완공된 체육관은 철재 골조를 세우고 샌드위치 패널을 붙여 지붕과 외벽을 만드는 PEB 공법이 적용됐다. 건물 하부부터 상부까지 가해지는 하중 가운데 가장 큰 것을 기준으로 양 끝의 두께가 같은 H빔을 쓰는 일반 철골구조와 달리 이 공법은 지점별 하중을 계산해 굵기가 다른 H빔을 붙여 쓰는 방식이다. 체육관 기둥으로 쓰인 H빔도 위로 갈수록 휨에 강하도록 굵기가 굵어지는 형태다. 그러나 지붕에 H빔을 설치하지 않으면서 눈 무게는 전혀 견딜 수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PEB 공법은 철재 사용량이 적고 내부 기둥이 없어 공장이나 창고 건물에 많이 사용되지만 시공이 잘못될 경우 안전도가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소 공공건축연구부 본부장은 “정밀한 설계와 제작, 시공이 요구되는데 시공 오차가 생겼다면 최적화된 구조가 틀어져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건축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건물 설계 때는 국토교통부가 2005년 고시한 ‘건축구조설계기준’에 따른 ‘지붕 적설하중’을 반영해야 한다. 이 하중은 100년간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준으로 정한 ‘지상 적설하중’ 기본값을 공식에 대입해 계산하는데, 평소 눈이 많이 오지 않는 경주는 지상 적설하중이 최소치인 0.5kN/㎡(1㎡ 면적에 가해지는 무게가 51㎏)다. 설계 기준이 이러면 적설량 70㎝에는 애초부터 버틸 수 없다. 한국구조공학단체총연합회장인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현재의 건축설계기준은 폭설 폭우 태풍 등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경주=김강석기자 kimksuk@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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