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사 대표들이 줄줄이 주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기업 주가가 하락하면 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이 한번에 주식을 내다 팔 수 있어 소액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재섭 슈넬생명과학 회장은 10, 11일 자신의 전체 보유주식 736만4,986주의 95%인 700만주를 우리캐피탈 등 4개 금융회사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적인 용도로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상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왕기철 동원수산 대표이사도 최근 자신이 보유한 주식 49만1,590주(전체의 87.9%)를 담보로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동원수산 측은 지난해 11월 왕 대표가 증자시 신주를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 행사를 위해 금융권에서 빌렸던 48억원 상환용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왕 대표는 지난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0.41%에서 12.59%로 끌어올려 최대주주가 됐다.
대표가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는 주로 기업 실적악화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경우다.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계열사 부실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 등 3개 금융회사에서 535만8,110주의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락앤락 최대주주인 김준일 회장 역시 지난해 9월 자금조달을 위해 434만주에 대한 주식담보대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담보가치가 떨어지자 추가로 130만주를 담보 제공했다.
상장회사 대주주들의 주식담보대출이 늘어나면서 소액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주주들의 과도한 주식담보대출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았던 주식을 파는 반대매매가 일어나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수가 보유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는 해당 기업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신호"라며 "주가가 급락해 금융회사가 주식을 팔아버리면 대주주가 변경될 수도 있는 등 경영권도 취약해진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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