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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칼럼] 관료, 그들이 사는 이유

입력
2014.02.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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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잘 될까. 결국 또 쇼가 아닐까. 공공기관 개혁이 그렇다. '설마'가 아니길 바랄뿐이다. 주변상황은 고무적이다. 예전과 달리 대통령 코멘트에까지 올랐다니 개혁압박이 유야무야하진 않을 것 같다. 날선 정권초기란 점도 우호적이다. 말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스런 원칙론이라면 이번은 달라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많은 게 그래왔듯 시간은 결국 버티는 자의 승리로 끝난다는 게 그간의 경험칙이다. 잘 감춰왔는데 재수 없게 걸린 불운만이 두고두고 회자될 뿐이다. 공식처럼 요란한 뒷북과 함께 눈앞의 거센 파고만 넘기면 그걸로 끝이었다.

공공기관 개혁논의는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자체로도 중요한 개혁이슈지만 그 연장선상에서 요구되는 확장적인 파급효과가 실은 더 주목된다. 행정을 비롯한 케케묵은, 그럼에도 지금껏 힘들었던 정부개혁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전초전인 까닭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슬로건처럼 더 이상 방치하기엔 유무형의 갈등비용이 위협적이다. 즉 개혁칼날은 관료조직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산하기관의 병폐고름을 키운 근원이 관료주의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직영광과 개인영생을 위한 관료이기의 결과물일 따름이다. 논란은 있다. 최우선표적이 된 공공기관으로선 특히 그렇다. 다만 민초시선은 다르잖다. 낙하산 인사만큼 도덕적 해이도 짜증스럽다. 초점은 권력을 장악하고 개혁을 거부하는 초록동색(草綠同色)의 관료적 생존방식에 대한 개선요구다.

관료조직이 공공의 적으로 비화된 느낌이다. 정부비중이 커진 만큼 관료파워가 심화된 결과다. 역설적이다. 예산 및 조직 등 정부역할이 확대되면 서민생활은 적어도 악화돼선 곤란하다. 정부의 존재역할이 여기에 있다. 현실은 그렇잖다. 길거리엔 불안과 근심의 대한민국이 수두룩하다. 우울증 자살률 등 연령불문의 불행지표는 복지파탄의 현실을 고스란히 증명해준다. 아이러니다. 정부역할ㆍ복지난국이 갖는 이율배반의 공통분모에 관료가 있다. 관료를 향한 능력부재 혹은 의지부족의 혐의다. 와중에 관료지배의 신의 직장이 누려온 혈세기반의 특혜가 드러났으니 박탈감을 넘어 울화병이 솟는 건 당연지사다. 그나마 큰 그림에서는 빙산의 일각이다. 관료적 이기주의를 '부처주의'로 부를 정도인데 복지부동과 무사안일은 또 다른 이음동의어다.

이들의 저항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관료천하를 일궈낸 경험과 노하우의 누적진화 덕분이다. 외부발탁 장관을 공공연히 물 먹여 퇴출시키고, 규제를 풀자는 총리의 업무시달조차 허투루 대응한다. 장관 길들이기와 권력(규제)유지를 위해서다. 상식궤도에서 벗어난 관료사회의 사건사고는 이밖에도 많다. 이런 염려로 눈앞의 공공기관 개혁논의가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하물며 심장부인 관료개혁이 이뤄질지는 더더욱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이제 목에 찼다. 이번을 계기로 시간이 그들 편이 아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자면 공무원연금처럼 개혁대상인 관료가 스스로를 옥죌 수 없음을 숱하게 봐왔으니 칼자루는 외부에 맡기는 게 좋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필수다. 짬짜미가 이뤄질 틈이 없게 눈을 부릅떠 지켜볼 필요다. 특히 개혁을 위한 진정성의 발로와 자발적인 실천을 유도할 확실한 신호를 던지는 게 시급하다.

한국의 관료사회는 많은 일을 해왔다. 한강의 기적으로 요약되는 고도성장의 기적신화에 관료주도라는 수식어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논란이 없진 않지만 한정된 자원의 배분 및 중재자로서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신처럼 박봉과 과로도 대의명분과 공복의식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성장과정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했던 외국사례와 차별적이었음은 불문가지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관료에게 유독 엄밀한 규율잣대와 희생정신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그들도 생활인이자 직장인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주지하듯 한국사회는 중대한 고빗사위에 섰다. 관행과 타성대로 가기엔 저성장ㆍ고령화의 자원압박이 위험수위다. 건강한 관료부활이 시급하다. 계속되면 자승자박이다. 관료, 그들이 사는 이유를 되짚어볼 시점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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