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언급하며 강한 비난… 책임자 ICC 회부 권고"탈북자 북송은 범죄 방조" 중국에도 강도 높은 압박핵·미사일서 인권까지 제재… 김정은 정권 부담 더 커져中, 안보리 거부권 확실시… 실제 인권 개선은 미지수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해 김정은 등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토록 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17일 보고서는 북한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한 국제적인 단죄의 준거를 처음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유엔의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나온 이번 보고서는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한 지금까지 어떤 보고서 보다 국제적인 공신력을 갖는다.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은 이날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면서 "수령"을 언급해가며 강한 톤으로 북한을 비판했다. 보고서의 권고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적극적으로 환기시켜야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커비 위원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조직은 수령에게 수렴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권적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을 국제법에 따라 처벌해달라"고 말했다. 커비 위원장은 지난달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 "김정은 자신도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며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을 군사재판을 통해 3일만에 처형한 것도 북한의 인권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사단이 수집한 (북한의)범죄들은 2차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범죄들을 떠올리게 하며 어떤 점들은 놀랍게도 흡사하다"고 말했다. 또 "고문 또는 살해당할 것이 분명한 탈북자들을 중국이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북한의 반인권 범죄를 지원, 방조하는 것"이라며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했다.
372쪽에 이르는 COI 보고서는 북한을 전체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많은 속성을 띠고 있는 나라로 규정했다. 증언을 통해 확보한 잔혹 행위들을 제시하면서 북한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므로 국제사회가 '보호책임'(R2Pㆍ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2P'란 특정국가가 반인도 범죄, 집단 살해, 민족말살 등에서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2005년 유엔 정상회의 결의, 2006년 안전보장이사회 재확인을 거쳐 확립됐다. 유엔 안보리는 2011년 리비아 사태 때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에게서 리비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적용했다. 사법 권한이나 행정 집행권이 없는 COI가 북한 정권의 처벌을 강제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국제규범이다.
이번 보고서가 북한 인권문제의 이정표를 마련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 북한의 인권상황이 향후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COI의 권고 대로 북한의 인권문제가 ICC나 유엔임시재판소에 회부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를 위해서는 안보리의 결정을 거쳐야 하는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재판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질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핵ㆍ미사일 실험에만 집중했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실제로 인권 문제로까지 확대될 경우 북한 정권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보고서는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으면 구두선에 그칠 수도 있다. COI는 수집한 자료와 증거를 토대로 후속조치를 담당할 조직을 유엔인권최고대표에 설치하는 등 유엔 내 북한 인권 담당 조직 강화를 제안했다.
COI는 보고서 내용을 정리해 3월 17일 유엔 인권위원회 제25차 정례회의에 정식 보고할 계획이다. 유엔 인권위는 이때 제출된 보고서를 토대로 후속 조치 등을 담은 북한인권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을 통해 유엔 내 북한 인권담당 조직 강화 등 보고서의 각종 권고 내용이 얼마나 이행될 지가 관건이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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