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24ㆍ올댓스포츠)로선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어쨌든 정족지세(鼎足之勢)다. 김연아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아사다 마오(24ㆍ일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ㆍ러시아)와 3각 구도 속에 놓여 있다. 여자피겨 스케이팅의 왕관은 이들 3명 중에 나올 가능성이 100%다. 손자병법은 ‘인간의 목숨이 달린 전쟁터에서 최고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전쟁터를 놀이의 무대로 치환한 올림픽에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은 환영 받지 못한다. 기권 혹은 부전승은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피겨 여전사 3인의 필살기를 통해 한ㆍ러ㆍ일‘소치대전’(大戰)을 전망해봤다. 이들은 20일(한국시간)오전 0시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쇼트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일합을 겨룬다. 출전선수 30명 가운데 김연아가 17번째, 리프니츠카야가 25번째, 아사다 마오가 맨 마지막에 무대에 오른다.
김연아의 표현력
쇼트와 프리스케이팅 각각의 프로그램은 난이도를 측정하는 기술점수(TES)와 예술성을 평가하는 구성점수(PCS)로 나뉜다. 기술점수는 기본점수에 가산점인 수행점수(GOE)를 합산해 도출한다. 김연아는 역대 가장 완벽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연결 점프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교과서 점프’다. 난이도가 가장 높아 기본점수는 10.10점이다. 김연아는 점프의 높이(10㎝)와 비(飛)거리(1m)가 경쟁자들보다 앞서, 가산점 2.2점을 챙긴다. 하지만 기술점수 총합은 리프니츠카야와 아사다 마오에게 뒤진다. 실제 가장 최근 경기인 지난해 말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 선수권에서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기술점수는 58.09점이다. 그러나 리프니츠카야는 소치 올림픽 피겨단체전 우승 때 61.22점을 받았다. 아사다 마오도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4차 대회 프리 기술점수로 66.10점을 따냈다.
기술의 약점을 뒤집는 것이 김연아만의 예술성이 가미된 표현력이다. 표현력으로 대변되는 예술점수 고득점이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와 리프니츠카야의 추격을 일거에 따돌릴 수 있는 ‘비대칭 무기’이다.
리프니츠카야의 스핀
100점 만점에 120점짜리 스핀이다. 피겨 ‘샛별’ 리프니츠카야가 단숨에 ‘퀸’ 김연아와 같은 레벨에 올라서게 된 비결이다. 단점은 높이(40㎝)와 비거리(5m)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연아의 3분2 수준인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스핀 후 착지과정에서 롱엣지(Wrong-edgeㆍ잘못 된 날을 사용하는 반칙) 논란을 빚기도 한다. 그러나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리프니츠카야는 10대의 체력을 앞세워 후반에 5번의 점프(김연아는 4번)를 몰아서 뛰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스핀 가산점 10%를 챙기겠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점프를 경기시작 2분내에 집중 배치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빙상연맹은 경기 후 2분이 지나고 나서 점프를 하면 10% 가산점을 주도록 규정했다.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
김연아를 꺾기 위해선 다른 해법이 없다. 그는 ‘장롱’속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트리플 악셀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독이 든 성배’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아사다 마오는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를 무대에 올린다. 문제는 성공률이 극히 낮다는 것이다. 아사다 마오는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서 ‘전부 아니면 전무’란 각오로 트리플 악셀 카드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사다 마오는 소치 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 점프를 포함해 트리플 점프 6종류를 8번 시도할 예정이다. 반면 김연아와 리프니츠카야는 6번이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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