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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2월 18일] '새정치'가 새로워지려면

입력
2014.02.1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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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당이 기정사실화되어 있는 정치집단에 이렇게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던 전례가 흔치 않다. 제1야당을 앞서고 있는 지지율에서도 보듯이 '안철수 현상'의 견고한 지속성도 과거의 예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기존의 정치가 '정치적'이지 못하다는 반증일게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정당이 이전의 선거용 포말정당 성격의 제3당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추정의 논거이기도 하다. 그 '신당'이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정했다. 당의 지향점이 '새정치'라는 점을 명백히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새정치의 추상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것이 새정치연합에게 주어진 1차 관문이다. 향후 얼마나 모호성을 최소화하고 구체적 언어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안철수 정치의 성패가 달렸다.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가 언급한 "연대는 딜레마"라는 말과 "안철수를 죽이면서 살려야한다"는 모순적 수사는 새정치연합이 취하고 있는 고민의 지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과의 연대는 구태'라는 프레임과 안철수를 극복해야 새정치연합이 제3당으로서 존재 할 수 있다는 명제는 현 단계에서는 상수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의 연착륙이 사활적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견 형용모순적으로 보이는 거시적 환경과 미시적 변수의 두 요인을 여하히 극복하느냐가 새정치연합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다. 나아가서 현실정치에서 새정치를 체화시킬 수 있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새정치 기본 구상'에서 그 가능성의 일단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 사회적 통합, 한반도 평화가 새정치의 화두다. '삶의 경제'를 주축으로 한 '인간 중심 발전' 패러다임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지역, 이념, 세대, 계층의 갈등 구조 해결 등도 함께 제시되었다. 낯설지 않은 용어들과 교과서적 당위의 언급들이 새정치와 상호갈등적 대척점에 있지 않으나, 구시대 정치와 대면하는 열정과 고민의 흔적은 배어나오지 않는다.

상반되는 관점이 있다. 첫째, 한국의 정당이 사회의 갈등 구조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대표성의 위기에 대한 지적이고, 둘째, 거대 보수 정당들의 독점 구조가 자신들의 적대적 공생을 위해 이념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담론이다. 그러나 두 관점 모두 한국의 정치사회 적 지형을 부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해결 방법은 중도(中道)로의 수렴이다. 좌우의 편향을 배제하고 현안과 사안에 따라 치열하게 성찰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중도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의 중립을 취하고 있는 것은 중도가 아니다. 이념을 배제하는 것이 곧잘 중도로 오인되고, 이는 실용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채색된다. 그리고 실용은 민생으로 미화되면서, 민주주의의 문제를 논박하는 것은 민생에 반하는 담론으로 덫칠되는 반지성적 인식이 슬그머니 똬리를 튼다.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를 아우르는 것이 새정치연합의 지향이라고 밝혔으나 어떠한 이념 지향과 맞닿아 있는지 알 수 없다. 어설픈 탈이념은 탈정치를 결과하게 될 것이고, 탈정치는 정의롭지 못한 자들이 민생을 핑계삼아 기득권을 신자유주의라는 편리한 기제로 합리화 하는 가장 좋은 레토릭이다. 이념적 지향이 마치 이념 갈등을 재생산하는 것으로 치환되는 것은 왜곡된 이데올로기에 다름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진정한 새정치를 하려면 명백한 이념적 지향을 보여줘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대표되지 않는 계층을 대변하고, 사실과 진실은 다른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정치가 새정치다. 민주주의는 선악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고, 그것이 진정한 민생임을 알리는 정치가 또한 새정치다. 기계적인 중립은 항상 사실을 명분삼아 결과적으로 진실을 외면하게 할 개연성을 내포한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우고 있는 '삶의 정치'와 '삶의 경제'는 현재 한국 정치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의 은폐에 대한 치열한 비판과 성찰이 전제될 때 그 단초라도 열릴 수 있다. 그것이 진정 '새정치'가 새로워지는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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