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한국인 관광버스에 대한 폭탄테러가 발생한 다음날에도 여행사들은 사고 지역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고가 난 시나이반도 타바는 여행제한지역일 뿐 금지된 곳이 아니라는 여행사들의 주장에서 여행객 안전보다 돈벌이에만 급급한 태도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시나이반도에 대해 2012년부터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를 유지해왔고 16일 폭탄테러 발생 후 특별여행경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경보는 해당 지역을 방문하지 말고, 현재 머무르고 있다면 철수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17일에도 여행사들은 관련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 H 여행사가 판매하고 있는 11박 12일 '출애굽 성지순례' 패키지 상품은 '이집트 이스라엘 국경 타바를 통과한다'고 홍보할 뿐 '여행제한구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여행사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여행제한구역으로 여행이 전면 금지된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가는 것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면서 "일정을 진행하기 전에 현지상황을 체크한 뒤 구매자에게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성지순례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성지순례 일정 중 핵심이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시나이 지역을 포함시킬 수밖에 없다"며 "순례객 만족도가 워낙 높아 항공이 아닌 버스 이동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이번 테러를 당한 진천중앙교회 일행과 같은 코스로 순례여행을 다녀온 A씨는 "교회에서 단체로 순례여행을 간 것인데 여행사로부터 위험지역이라는 이야기는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며 "여행사들이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하다"고 분개했다.
성경에서 모세가 신에게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山)은 성지순례 여행사 상당수가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으로 이어지는 출애굽 코스에 반드시 포함시켜 판매하고 있다. 늦여름 날씨를 보이는 지금이 순례 성수기인데 매년 1~2월에 이곳을 찾는 한국인이 2,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시나이 지역을 포함하는 성지순례 패키지는 보통 9~12일 일정으로, 가격은 1인당 250~300만원 수준이다. 단가가 높고 15명 이상 단체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여행사에서도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외교부는 이라크 아프간 예멘 등 5개국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해 입국할 경우 여권을 무효화하거나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지만, 여행금지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여행제한지역은 긴급한 용무가 아닌 여행 등의 목적으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위험천만한 곳"이라며 "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지하고 있는데 관광객들이 간혹 이를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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