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대변인실 직원들의 선거개입 사건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잦은 말 바꾸기와 거짓말, 석연찮은 설명으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16일 대변인실 뉴미디어팀 업무용 PC가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의 방문 조사 직전 교체된 데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교체된 PC는 그대로 데이터센터에 보관 중이었다"고 밝혔다. 광주시가 선관위의 방문 조사를 대비해 직원들의 PC를 교체했다는 의혹에 대한 지난 13일 본보 보도 이후 일부 언론이 이를 증거인멸 의혹으로 몰아가자 반박한 것이었다.
시는 지난 7일 선관위 방문 조사 직전 뉴미디어팀 업무용 PC 2대를 교체했고, 이 중 1대는 선관위가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직원이 쓰던 것이었다.
그러나 업무용 PC의 유지보수를 맡은 외주업체 관계자는 지난 11일 "교체된 뉴미디어팀 PC의 하드디스크를 포맷(초기화)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당시 외주업체 직원은 통상적으로 교체된 PC를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 직원은 당시 교체된 뉴미디어팀 PC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 이를 근거로 보도자료를 냈던 것"이라고 재해명했다.
시는 PC교체 이유 등에 대해서도 말을 바꿨다. 광주시 대변인실은 지난 11일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XP' 기술지원 종료를 앞두고 업무용 PC의 OS 업그레이드를 시행 중이었다"며 PC교체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시는 16일 보도자료에서 "PC 교체는 일상적 유지보수의 일환이었다"며 "지난해 3월 수립한 업무용 PC유지보수 계획에 따라 같은 해 4월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전체 업무용 PC에 대해 바이러스 감염, 속도 및 기능저하 등에 대해 고장수리와 PC 신규설치, 이설 및 교체, 소프트웨어 재설치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시는 뻔한 거짓말도 반복했다. 시는 강운태 광주시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인터넷 언론매체에 배포해 관권선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줄곧 "해당 보도자료는 담당 직원이 일부 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모 월간지에 보도된 기사를 그대로 옮겨 적어 보내 준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자료에는 월간지 기사에 없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일부 문장의 표현도 수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묘하게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있다. 실제 시는 문제의 보도자료 작성 시점에 대해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지난 5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보도자료 문서파일을 확인한 결과, 작성 시점은 4일 오후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보도자료 배포를 일부 인터넷 신문 기자들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시가 월간지 기사를 자료로 요청했다고 밝힌 인터넷 신문 기자 3명은 정작 기사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시와 일부 기자들이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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