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회 시청률 47.3%(이하 닐슨코리아 제공), 평균시청률 33%, 용서와 화해의 해피 엔딩. 이런 것만으로 보면 '국민 드라마'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의 대중성과 작품성을 갖춘 작품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KBS 주말극 '왕가네 식구들'이라고 하면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많다.
'왕가네 식구들'이 50회를 끝으로 16일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40%를 넘나들었으니 KBS 주말 드라마의 명성을 이어간 드라마라고 볼 수는 있다. 최종회를 본 시청자 중 60대 여성이 13%로 가장 많았고 40대 여성(12%)과 50대 여성(11%)이 뒤를 이었다. 전 연령층이 고루 본 것이 아니라 40대 이상 여성이 주로 시청한 것이다. 방송 관계자들은 "KBS 주말 드라마는 다른 지상파 방송사의 뉴스 시간대에 방영돼 편성 덕을 본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높은 시청률이 이어지자 KBS는 "주말 드라마 성공 신화를 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왕가네 식구들'은 허세달(오만석)의 불륜을 시작으로 방영 내내 '막장 드라마'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왕수박(오현경), 왕호박(이태란), 왕광박(이윤지) 세 자매를 중심으로 '연어족' '처월드' 등 현실의 가족 문제를 담겠다는 제작 의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문영남 작가의 재탕에 재탕 내용이 내내 이어졌다. KBS의 '장밋빛 인생'(2005), '소문난 칠공주'(2006), '수상한 삼형제'를 비롯해 SBS '조강지처클럽'(2007) 등에서 보여준 문 작가의 불륜 스토리가 '왕가네 식구들'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왕가네 식구들'의 상황과 대사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허세달의 어머니 박살라(이보희)는 부잣집 여자와 바람 난 아들에게 "잘해보라"고 등을 떠밀고, 불륜을 저지른 남편 때문에 애간장이 타는 며느리는 "남편은 하늘인데 어디서 남자하는 일에 왈가왈부냐"며 구박한다.
학벌지상주의를 지양하겠다는 의도도 사라졌다.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최상남(한주완)과 결혼하려는 왕광박에게 가족은 "중졸? 중졸과 어떻게 결혼을 해?" "직업이 중장비 기사라고? 대학 나온 네가 결혼할 수 있겠어?"라고 말한다. 시아버지 최대세(이병준)는 "너 대학 나온 애 맞니? 왜 이렇게 머리가 나빠?"라고 핀잔을 준다.
전개 상황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허세달이 직장에 다니는 아내 왕호박을 임신시키려 한 장면은 너무도 자극적이었다. 회식에 갔다가 술 취해 들어와 잠든 아내를 겁탈한듯한 문제의 장면은 '19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아야 마땅할 정도였다.
이런 점들 때문에 '왕가네 식구들' 포스터 속에 박힌 '2013 현재 가족 키워드를 모두 담아낸 패밀리즘 드라마'라는 글이 낯설다는 시청자가 적지 않았다. 한 언론단체 관계자는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시청률 지상주의를 버리지 못한 결과"라며 "MBC '오로라 공주'와 다를 바 없는 막장"이라고 꼬집었다.
그런데도 길환영 KBS 사장은 '왕가네 식구들' 종방연에서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많은 분들에게 '왕가네 식구들' 이야기를 한다"며 "주말마다 빠뜨리지 않고 봤는데 막장 없이 할머니, 아버지, 자식들 3대를 아우르는 훈훈한 이야기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 드라마"라고 했다.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길 사장이) 드라마를 정말로 보기는 보았느냐"며 질타를 쏟아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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