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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 전 학장, 한샘 사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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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대 전 학장, 한샘 사장으로

입력
2014.02.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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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디자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애플이라는 회사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디자인 경영을 통해 지난해 매출 1조원 클럽에 든 한샘을 10조, 100조원 기업으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디자인의 대부로 불리는 권영걸(63ㆍ사진)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최근 가구업체 한샘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샘을 한국 최초의'디자인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각오에서다.'애플(Apple)'하면 '디자인'이 떠오르지만, 국내 기업들 가운데에는 그런 곳이 없다는 생각이 그를 잡아끌었다.

한샘은 17일 최고디자인경영자(CD0ㆍChief Design Officer)라는 자리를 새롭게 만들고, 그 자리에 권 교수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미대 학장, 서울대 미술관장 등을 지낸 권 신임 사장은 종합적인 디자인정책을 수립하는 등 디자인 관련 분야를 총괄한다.

기업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근 2년간 대학 총장 자리,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대학(원)을 만들어주겠다는 등의 제안도 받았던 그였지만, 지난 6일 서울대 미술관장을 끝으로 한샘에 둥지를 틀었다. 그가 한샘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권 사장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샘 행(行)을 택한 배경에 대해 처음으로 밝혔다. "학교는 30년 이상 머문 가장 편안한 곳입니다.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의 기업사에 디자인 기업으로 기록될 최초의 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의 제안에 마음이 흔들렸고 받아들이게 됐지요."

권 사장은 서구 디자인 일변도인 국내 가구 시장에서 동서양의 가치가 융합된 제3의 디자인을 개척해 새로운 유행을 선도해나가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아파트는 서구 설계도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생활습관을 반영한 게 없습니다. 예컨대 세탁물을 꺼내 발코니에 널러 갈 때 거실에 물이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죠. 이런 것들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관습에 맞는 삶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 시절 서울시 부시장(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을 역임한 권 사장은 '디자인 서울'정책을 진두지휘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내달 문을 여는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그의 손을 거친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공공시설물, 옥외광고물 등 5대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디자인 직류를 만들어 디자인 전공자들이 공무원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트기도 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형태, 색, 재질 등을 기초로 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며 "유ㆍ무형의 영역에서 한샘만의 고유한 '한샘 스타일'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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