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유죄가 선고된 수원지법 법정 밖은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전부터 군복을 입고 수원지법 청사 정문 오른쪽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이석기를 사형시켜라! 통진당은 해산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벌였다. 이에 맞서 통진당 당원 400여명은 오후 2시부터 정문 왼편에 모여 통진당의 상징색인 보라색 풍선을 들고 "이석기 의원 무죄 석방하라! 박근혜 정권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통진당 측이 민중가요를 틀자 보수단체 측은 애국가를 부르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서로 비방하는 발언들이 오가며 긴장은 고조됐다. 하지만 경찰병력이 집회 참가자들을 둘러싸고 폴리스라인을 형성해 직접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12개 중대 1,0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수원지법 안팎에 배치됐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려는 단체 회원이나 법정 밖에서 대기하다 법정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선고가 진행된 110호 재판정 안에 들어가지 못한 통진당 관계자들은 문자메시지로 속속 전해진 판결 낭독문을 보며 웅성거렸다. 오후 4시 10분쯤 재판부가 판결문의 주문을 읽고 선고가 끝나자 방청객들 일부는 욕설을 뱉으며 나왔다. 이석기 의원의 누나는 실신해 휠체어를 타고 옮겨졌다.
이 의원 법률대리인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칠준 변호사는 재판정을 나오자마자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연 지난 50여 차례에 걸친 재판과정을 과연 이 재판부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고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해진 결론에 일사불란하게 꿰어 맞춘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는 "분단을 넘어 통일시대를 앞당기려는 '자주민주 통일'을 위한 저항과 투쟁을 공안이란 미명아래, 대한민국의 공공의 안녕이 아니라 정권의 공공의 안녕을 위해 희생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선고 직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기자들이 호송차량을 쫓았으나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법원 청사 밖에 있던 통진당 지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집회를 하다 오후 5시 전후로 자진해산했다. 통진당 측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이 의원 선고에 대한 입장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원=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