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이후 34년 만에 내란음모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통합진보당 이석기(52) 의원 등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이로써 엄청난 파장을 낳은 이 사건은 지난해 9월 26일 재판에 넘겨진 지 145일, 그 해 11월 12일 첫 공판이 시작된 지 98일 만에 1심 재판을 마무리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17일 내란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 위반(찬양ㆍ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법정에 섰던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등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의 핵심멤버 6명에게도 각각 징역 4~7년에 자격정지 4~7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제보자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일 뿐 아니라 진술 태도도 자연스러워 신빙성이 있다"며 "제보자 진술과 증거들을 종합하면 RO 모임의 실체 및 이 의원 등이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 실행을 모의한 내란음모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이 내란 모의를 통해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실질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해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특히 R0를 세포 구성원 130여명으로 구성된 비밀결사 모임으로 규정하고 이 의원을 RO의 총책으로 인정하며 매섭게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가 특별사면과 복권을 통해 두 차례나 관용을 베풀었음에도 다시 범행을 저지른 만큼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 의원 등이 북한이 정전협정을 폐기한 지난해 3월 초부터 폭동을 준비해 왔다고 판단했다. 특히 녹취록을 통해 공개된 지난해 5월 12일 R0 회합을 이 의원이 구성원들에게 내란 실행의 불가피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모임으로 규정했다. 또 국가정보원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진실을 숨기거나 법원을 오도하려는 시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의원 등은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이 선전하는 대남혁명론을 추종했으며 혁명완수라는 미명 아래 상부 지시를 철저히 관철했다"며 "국회와 정당,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 암약해 결정적 시기를 기다리던 중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무장폭동을 모의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선고 결과에 대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정해진 결론에 일사불란하게 맞춰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1심이 간과한 쟁점을 항소심에서 명백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범죄 실체에 상응한 합당한 판결"이라며 형량이 구형(징역 20년)에 비해 낮은 데 대해 "판결문을 분석해 항소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내란음모ㆍ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18일 2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통진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심판 및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도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