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사상 여성 최초로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 동시 출전한 요리엔 테르모르스(25ㆍ네델란드)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테르모르스는 특히 18일 쇼트트랙 메달에 도전, ‘한 대회 두 개 종목 동시 우승’이라는 대기록이 세워질지 주목된다.
테르모르스는 17일(한국시간)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 경기에서 1분53초51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테르모르스의 이름은 이미 익숙하다.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준결승에서 한국의 박승희와 레이스를 펼쳤기 때문이다. 당시 테르모르스는 박승희와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밀려 결승에 오르지는 못하고 6위에 그쳤다. 12일에는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4위에 그치며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테르모르스는 그러나 이번 빙속 금메달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쇼트트랙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18일부터 시작되는 쇼트트랙 여자 1,000m에 출전해 다시 한번 메달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테르모르스의 주종목은 스피드스케이팅이 아닌 쇼트트랙이어서 대기록 작성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예로엔 오테르 네덜란드 감독은 “테르모르스에게 롱트랙은 취미활동일 뿐”이라며 “쇼트트랙에 품은 애정이 더 대단하다”고 말했다.
롱트랙과 쇼트트랙은 같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분류되지만 경기 속성은 천양지차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111.12m의 짧은 타원을 전략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달리는 반면, 롱트랙 선수들은 직선 주로가 뚜렷한 400m를 전력 질주해야 한다. 스피드와 기록을 중시하는 스피드 스케이팅은 힘과 지구력이, 결승선 통과 순위로 우승자를 가리는 쇼트트랙은 기술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장비에서도 차이점이 많다. 롱트랙 선수들은 빠른 스타트와 함께 직선 주로에서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뒷굽 날이 신발에서 분리되는 ‘클랙 스케이트’를 신는다. 반면 왼쪽으로 도는 코너링이 관건인 쇼트트랙은 스케이트 날이 부츠의 가운데가 아닌, 왼쪽에 위치해 있다. 또 발목 보호를 위해 스케이트 발목부분이 높고, 여럿이 치열하게 달리는 종목 특성상 선수 안전을 위해 뒷날이 둥글다.
이 때문에 쇼트트랙이 1992년 알베르빌에 처음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이후 한 대회에서 롱트랙과 쇼트트랙을 동시에 소화한 선수는 없다. 한국의 경우 쇼트트랙 선수였던 이승훈(26ㆍ대한항공)이 2010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1만m)과 은메달(5,000m)을 따며 종목 전환에 성공했지만 당시 쇼트트랙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밴쿠버에서 쇼트트랙 2관왕(1,000m, 1,500m)에 오른 이정수(25ㆍ고양시청)는 이번에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바꿔 소치행을 노렸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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